[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새누리당이 20대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정치권이 '3당체제 여소야대'로 전격 재편됐다. 개혁과제가 산적한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는 가시밭길과 다름없지만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펼친다면 오히려 약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지난 13일 치러진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122석에 그치며 과반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다. 더불어민주당이 123석을 얻으면서 원내 제1당으로 올라섰고 새내기 국민의당도 38석이나 얻으며 돌풍을 일으켰다.
정치권에서는 "다수 여당의 오만과 정부 경제정책의 실정에 대한 심판"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치권이 여소야대로 바뀌면서 당장 박근혜정부 후반기 경제정책에 빨간불이 켜졌다.
◆ 경제활성화·4대 개혁 동력저하 불가피
박근혜 대통령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청와대는 올해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4대(공공·금융·노동·교육) 개혁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개정이 원만하게 이뤄질지 의문이다.
특히, 19대 국회에서 장기간 계류된 노동개혁 4개 법안과 서비스업발전법은 대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 의원들도 여당의 개혁안에 문제를 제기해 왔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상반기에 추진하고 있는 굵직한 대책들도 당장 야당의 눈높이에 맞춰 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달 말 청년·여성 일자리 대책이 발표될 예정이며 면세점 추가 대책도 이달 말이나 내달 중으로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또 이달 하순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는 재정전략회의를 열고 재정개혁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정부는 일단 총선 결과와 상관없이 경제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여소야대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3당체제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여소야대로 바뀌면서 정부 정책을 입법화하기가 더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흔들림 없이 경제정책을 추진하겠다"면서 "올바른 정책을 최선을 다해 설득한다면 야당 의원들도 동의해 주지 않겠냐"고 기대했다.
◆ 야당과 소통하면 3당체제 藥이 될 수도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이군현 중앙선대위 공동총괄본부장 등 당 지도부가 20대 총선 투표가 종료된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 선거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하며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3당체제는 정부 입장에서 여간 큰 부담이 아니다. 설득해야 하는 대상이 두 배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 야당끼리 선명성 경쟁을 할 경우 현안이 더욱 꼬일 수 있다.
그러나 3당 구도가 오히려 약이 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양당체제에서 팽팽하게 대립됐던 문제라도 3당 구도에서는 한쪽으로 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설득시켜야 하는 대상이 두 배로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양당 체제에서 풀리지 않았던 현안들이 오히려 3당체제에서는 쉽게 풀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행정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청와대가 야당과 소통을 강화하고 정책 현안에 대해 타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20대 국회에서 보여 준 것처럼 청와대가 원안만 고집할 경우 국회가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송하중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총선 결과는 여당뿐만 아니라 대통령에 대한 평가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추진했던 법안들을 야당의 수정안에 맞춰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