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인영 기자] 유동성 악화로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신청을 앞둔 한진해운이 현대상선이 소속된 G6얼라이언스를 비롯해 새로운 해운동맹 참여를 타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해운동맹인 CKYHE얼라이언스에 속해 있는 한진해운은 일부 선사의 이탈로 CKYHE얼라이언스가 붕괴 위기에 처하면서 해법을 모색해 왔다.
자율협약이라는 한 길을 가게 된 두 국적선사가 같은 해운동맹으로 묶일 경우, 채권단의 구조조정 및 합병 추진이 용이해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15일 한진해운 창립 38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한진해운> |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해운사들의 동맹 체제가 2대 과점체제로 지각변동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한진해운은 최근 현대상선이 참여하고 있는 G6얼라이언스 등에 참여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속한 얼라이언스가 일부 선사의 이탈로 사실상 붕괴수순으로 가고 있다"며 "영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새 선사를 끌어들여 동맹을 복구하거나 G6 등 새로운 해운동맹을 찾아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운사들은 통상 과당경쟁을 피하고 운임·운송조건에 대한 유리한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동맹을 형성한다. 동맹에 포함되면 자체 선박이 부족하더라도 더 많은 노선과 선박을 확보할 수 있고, 운임은 낮게 책정할 수 있기 때문에 영업에 유리하다.
반면, 동맹에 포함되지 않으면 미주와 구주 등을 정기적으로 오가는 컨테이너선 서비스가 사실상 불가능해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글로벌 해운업계는 덴마크 머스크 라인과 스위스 MSC가 뭉친 '2M'과 최근 신설된 '오션 얼라이언스'로 2대 과점 체제로 전환됐다.
앞서 지난 20일(현지시간) 중국 코스코 산하 코스코컨테이너라인(COSCON)과 프랑스 CMA CGM, 홍콩의 동방해외컨테이너라인(OOCL), 대만의 에버그린라인 등은 해운연맹 설립과 관련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새 동맹 이름은 오션 얼라이언스(OCEAN Alliance)로 내년 4월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2M과 오션 얼라이언스의 시장 점유율은 30%를 초과하고 있어 이를 합산하면 70%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한진해운이 속한 CKYHE얼라이언스는 주축인 코스코와 에버그린이 빠져나가면서 5개사였던 동맹이 일본 K라인, 대만 양밍, 한진해운 등 세 곳(KYH)으로 축소됐다.
현대상선이 속한 'G6' 역시 OOCL과 CMA CGM에 인수된 싱가포르 APL이 이탈하면서 독일 하팍-로이드, 일본 MOL과 NYK 등을 포함한 G4(4개사)로 줄었다.
한진해운이 현대상선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동맹에 남아있는 4개사들의 100% 동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한 데다 자칫 법정관리행으로 자동 이탈될 수 있는 리스크를 안고 있는 만큼 4개선사들이 선뜻 동의할 지는 미지수다.
다만 글로벌 해운업계가 2대 과점체제를 형성한 만큼, 점유율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아쉬운대로 한진의 참여를 허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진의 G6 가입가 확정되면 국내 글로벌선사들이 하나의 동맹으로 묶이게 된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공동관리에 놓이게 된 만큼 산은 등 채권단이 구조조정을 더욱 수월하게 추진할 것으로 보여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진이나 현대 두 곳 중 한 곳이 용선료 협상에 실패해 법정관리행을 면치 못하게 될 경우, 정부는 이 둘을 합병할 가능성이 크다"며 "해운업은 대규모 구조조정 없이도 재편이 가능하다는 것이 제조업과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오는 25일 주 채권은행인 산은 등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한 상태로, 채권단은 다음주 내로 조건부 자율협약 개시 여부를 안건으로 부의할 예정이다.
산은을 비롯해 하나은행, 우리은행, 국민은행, 농협은행, 수협 등 채권기관들이 100% 동의하면 5월 초엔 자율협약이 개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한진해운의 차입금은 약 5조6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금융권 차입금은 12.5%인 7000억원에 불과하다. 공모·사모사채가 1조5000억원이며, 매출채권 등 자산유동화 규모가 2000억원, 선박금융 등이 3조2000억원 등으로 구성돼있다.
한진해운은 당장 오는 6월 27일 만기 도래 예정인 공모채 1900억원을 갚아야 하며 9월 30일엔 310억원을 추가로 상환해야 한다.
또 해외 선주들과의 용선료 협상을 진행중으로 회사 정상화를 위해선 반드시 용선료를 낮춰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채권단은 현대상선처럼 용선료 협상을 통해 비용 부담을 줄이고 사채권자들은 만기를 연장하는 등 종합적 지원이 이뤄져야 조건부 자율협약을 추진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 (ciy8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