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신정 기자·조인영 기자] 지속되는 경영난으로 국적 해운선사인 현대상선에 이어 한진해운까지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기로 한 가운데, 이제는 이들 업체의 용선료(선박 임대료)인하 협상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운업계가 위기를 겪게 된 것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업황 탓도 있지만 한해 많게는 1조 원 가량에 달했던 용선료 부담도 적잖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채권단은 용선료 인하를 포함한 조건부 자율협약을 내걸었다.
2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지난해 기준으로 1조146억원으로 용선료로 지급했고, 현대상선은 1조8793억원을 용선료로 지불했다.
해운업황이 좋았던 지난 2010년 해운선사들이 높은 값에 용선계약을 맺는 바람에 최근에는 화물 운송을 할 때마다 오히려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가 됐다. 해운선사들은 그때 맺은 계약으로 현재의 용선료 시세보다 5배 넘게 내고 있는데, 용선계약은 10년 이상의 장기계약이 대부분이다.
베트남 떤깡까이멥(Tan Cang Cai Mep)터미널에서 작업중인 한진해운 선박 <사진=한진해운> |
지난 2월 현대상선은 추가 자구책 방안을 발표한 직후, 바로 외부 자문사인 밀스타인(Millstein & Co)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용선료 조정 실무단을 해외로 보내 각국의 선주들과 용선료 인하를 위한 본격적인 협상을 벌이고 있다.
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선주들과 70~80% 가량 용선료 인하 협상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선료 협상에 대한 최종 윤곽이 나오려면 다음달 중순 정도가 지나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현재 해외 선주들을 설득시키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급할 게 없는 선주들과 용선료 인하 협상을 벌이는데 시간이 다소 걸린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이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협상 완료 시기는 당초 예상시기인 이달 말 보다 1~2주 더 소요될 것으로 보고, 다음달 초중순경 출자전환 등 채무재조정 방안을 확정한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재까지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은 잘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당초 현대상선은 자금이 부족해 오는 6월 말을 넘어가기가 힘들 것으로 예상했으나, 현대증권 등 자회사 매각이 잘돼 조금 더 시간을 갖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진해운도 용선료 인하 협상에 나서고 있다. 현대상선처럼 공식적인 협상단을 꾸린 것은 아니지만 상시 선주사들과 대화하며 용선료 인하를 요청하고 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평소 선주사들과의 대화를 통해 용선료 인하 등을 언급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선사들이 용선료 인하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용선료를 낮춰야만 산업은행 등의 자금 지원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채권단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유니티호 <사진=현대상선> |
하지만 업계에선, 용선료 인하 협상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경연난을 겪고 있는 국내 해운선사들과 돈을 받아야 하는 국내 채권단의 문제이지, 해외 선주사들은 절대 급할 것이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이런 이유로 선주들을 설득시킬 때 업황이 좋아지면 더 높은 가격의 용선료를 지불한다든 식의 조건을 내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 해운선사들은 사채권자와의 채무조정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상선은 오는 6월 경 2차 사채권자 집회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17일 현대그룹 본사에서 열린 1차 사채권자 집회에서 4월에 도래하는 공모사채 1200억원에 대한 만기 연장이 부결된 바 있다. 이에 따라 2차 사채권자 집회를 열고 현대상선이 가지고 있는 총 공모사채 8000여억원에 대한 만기 연장을 두고 찬반 투표를 치를 예정이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3600억원에 이른다.
한진해운은 올해 만기하는 회사채(공모+사모) 규모가 6098억원에 달한다. 오는 6월과 9월에는 3890억원 가량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다.
한진해운은 이날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은 후 사채권자와의 채무조정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 기자·조인영 기자(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