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태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박4일간의 이란 국빈방문에서 경제와 북핵외교 측면에서 '역대 최대 규모'라는 성과를 거두고 4일 귀국한다.
박 대통령은 1962년 양국 수교 이래 한국 정상으로서는 첫 방문인 이번 순방에서 최대 456억달러(52조원) 규모의 인프라·에너지 프로젝트 수주길을 열었으며 북한의 전통적 우방인 이란으로부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통일에 대한 지지 표명을 이끌어냈다.
2일 오후(현지시각) 이란 테헤란 사드아바드 좀후리궁 로비에서 열린 한-이란 협정서명식 및 공동기자회견에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공동기자회견 도중 박근혜 대통령의 마이크 소리가 작게 나오자 자신의 마이크를 건내며 웃고 있다.<사진=뉴시스> |
◆ 최대 456억달러 수주…안종범 경제수석 "역대 최대 경제성과"
인구 8000만명의 거대한 내수시장에 세계 4위의 원유 매장량과 세계 1위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갖추고 있는 이란은 성장 잠재력이 큰 신흥시장이다. 특히 핵무기 개발 추진 의혹과 관련해 부과됐던 국제사회 제재가 지난 1월 해제되면서 중동에서 제2위의 경제 규모에 더해 연평균 6%의 빠른 성장도 예상된다. 경제 재건을 위해 에너지, 교통 등 인프라 투자와 정유·철강 등 산업기반 확충에도 나선 상태여서 국내 기업들의 수주 기회도 풍부하다.
박 대통령의 이란 국빈방문 기간 중 양국 간에는 경제분야 59건을 비롯한 총 66건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청와대는 30건의 경제분야 프로젝트에서 371억달러 규모 사업에 대한 한국 기업의 수주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분야별로는 철도·공항·수자원관리 등 인프라 건설사업에서 116억달러, 석유·가스·전력 등 에너지 재건사업에서 236억달러, 보건의료·문화·ICT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서 18억5000만달러다.
여기에 '테헤란 쇼말 고속도로' 추가 수주금액 5억달러와 2단계 사업 수주 가능성이 높은 '바흐만 정유시설 프로젝트' 금액까지 포함하면 최대 456억달러의 수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역대 대통령 순방에서 단일 국가 방문을 통해 거둔 최대 경제외교 성과"라며 "이런 성과를 계기로 이번 이란 방문은 제2중동붐의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이란 시장을 선점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한·이란 정상, '한반도 비핵화' 한 목소리
한국과 이란 정상이 수교 이후 54년 만의 첫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통일에 한 목소리를 낸 것도 한반도 정세에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는 게 청와대 평가다. 북한의 오랜 우방인 이란이 북한의 핵개발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그 자체로 북한에게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일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 개발은 우리 민족의 생존에 대한 위협이며 동북아의 안정과 세계 평화에 심각한 위협으로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의 충실한 이행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란 측의 협조도 요청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에 "양국 간 전략적인 경제협력 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한반도에서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 문제에 관심이 많다. 이란은 세계 안보를 위협하는 어떠한 핵 활동도 반대한다는 입장 하에 중동지역은 물론 한반도에서도 핵을 없애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화답했다.
두 정상의 발언은 비핵화와 평화통일이라는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기본 원칙에 양국이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북한과 오래 전부터 긴밀한 군사적 협력 관계를 맺어 온 우방인 이란이 공개적으로 한반도에서의 핵 개발을 반대하는 메시지를 내놓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이란 측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통일 원칙에 대해 공감했는데 북한과 전통적 우호 관계를 맺어온 이란이 이러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며 "이는 북한에게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에서도 "핵무기 개발은 절대 안보를 강화할 수 없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면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를 강조하고 이러한 측면에서 이란은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에 대한 한국민의 열망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란 측의 북핵 불용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나타낸 것으로 평가된다.
박 대통령은 이어 이란의 가장 높은 성직자를 의미하는 '아야톨라' 지위의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도 만났다. 면담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은 나오지 않았지만 최고지도자가 갖는 절대 권력을 감안할 때 만남 그 자체만으로도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