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국채시장이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를 포함한 비전통적 통화정책에 따른 전례 없는 기록이 점입가경이다.
4일(현지시각) 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일본과 유럽을 중심으로 마이너스 금리에 거래되는 국채가 10조달러에 육박했다.
엔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전세계 국채 가운데 6조8000억달러에 이르는 장기물 국채와 3조1000억달러의 단기물 국채가 마이너스 금리에 거래되는 것으로 집계됐고, 이 가운데 일본의 비중이 3분의 2에 달했다.
유럽에서는 장기물 국채 발행이 활황이다. 노데아 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유로존 회원국 정부가 발행한 채권 가운데 만기 12년 이상 장기물의 비중이 4분의 1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기간 신규 발행된 국채 가운데 12.5%는 만기가 25년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초저금리에 자금을 조달하려는 정부 측의 의도와 높은 수익률을 확보하려는 투자자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더욱 극단적인 기록도 있다. 불과 6년 전 해외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간신히 국가 파산 위기를 모면한 아일랜드는 지난 3월 말 1억유로 규모의 100년 만기 국채를 불과 2.35%의 수익률에 발행했다. 이는 미국 30년물 수익률을 밑도는 수치다.
여전히 유로존의 주변국으로 분류되는 정부에 민간 투자자가 1억유로의 자금을 미국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보다 낮은 이율에 100년간 차입해 준 셈이다.
이어 벨기에도 4월 말 1억유로 규모로 100년 만기 국채를 순조롭게 발행,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100년물 국채를 매입한 것이 유럽의 한 보험사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의 초장기 국채 발행이 투자자의 요구에 따라 추진된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 밖에 프랑스와 벨기에 등 유럽 주요국이 50년 만기 국채 발행에 성공적인 결과를 거뒀고, 이탈리아의 30년 만기 국채 발행에 초과 수요가 250억유로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장기물 국채 발행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 듀레이션 리스크에 대한 경고가 연이어 쏟아지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움직임이다.
프레이저 룬디 헤르메스 애셋 매니지먼트 신용 헤드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장기물 또는 비우량 채권에 베팅해 손실 리스크를 떠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CNBC에 따르면 피치는 장기 투자자인 보험사뿐 아니라 은행, 기업들, 머니마켓펀드까지 고수익률 창출에 혈안이 돼 만기 30년 이상 장기물과 신용 상태가 저조한 채권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 장기물 국채 발행의 봇물과 이른바 ‘서브 제로’ 국채의 급증은 투자자들의 인플레이션 전망과 무관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단기는 물론이고 장기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심리가 날로 악화되면서 투자자들의 마이너스 금리 및 초장기 채권 매입을 부추기고 있다는 얘기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