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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 든 연준', 칼 자루는 시장 손에

기사등록 : 2016-06-1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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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금리 전망 낮아져…당분간 시장 '관망'

[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연방준비제도(연준)와 싸우지 마라(Don’t fight the Fed)'는 월가 격언은 이제 옛말이 된 것일까. 연준이 시장에 백기를 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곧 금리 인상에 나설 듯한 뉘앙스를 풍겼던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정책결정자들은 15일(현지시각) 다시 한 번 금리를 동결키로 했다.

이번 동결 결정은 지난 4월 회의에서 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던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마저 돌아서며 만장 일치로 내려졌다. 더 중요한 것은 올해는 물론 오는 2018년까지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속도를 더디게 가져 갈 것임을 시사했다는 점이다.

이날 월가 금융지 배런스(Barron’s)를 비롯한 일련의 전문지들은 시장과의 싸움에서 점차 밀리던 연준이 결국 백기를 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 주도권 뒤집혔다

그간 글로벌 금융시장은 연준이 내리는 정책 결정에 따라 움직였지만 이제는 이런 상관관계가 뒤집힌 모습이다.

통화정책이 끝난 뒤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금리 인상 결정을 미국 경제 지표가 좌우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미국의 금리 정상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불안한 금융시장 상황에 있다.

S&P500 지수 1년 추이 <출처=블룸버그>

작년 말 첫 금리 인상은 S&P500지수가 사상 최고치인 2132에서 머지 않은 수준에서 거래되는 등 증시가 한참 오름세를 타는 와중에 내려진 결정이었다.

하지만 연준 추가 인상 시점으로 기대를 모았던 올 3월 글로벌 금융시장은 연초 중국발 혼란에서 가까스로 벗어나느라 여념이 없었고 인상은 역시나 불발됐다.

영국 국민투표를 일주일 남짓 남기고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가능성이 고조되고 설상가상으로 지난 5월 미국의 고용지표까지 부진했던 이번도 마찬가지로 불안해진 시장 상황이 연준의 발목을 잡았을 것이란 관측이다. 옐런 의장도 브렉시트 리스크 등을 언급하며 시장 불확실성을 간과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배런스는 S&P500지수가 연말까지도 2100선을 밑돌며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연준이 금리를 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 달라진 점도표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과 경제 상황이 당분간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란 불안감은 연준 위원들이 제시하는 적정 금리 수준을 표시한 점도표에서도 드러났다.

연준 점도표 <출처=FOMC 성명서>

연준 점도표에 따르면 작년 12월 연준은 올해 총 4차례의 금리 인상을 예상했었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17명의 위원 중 15명이 올해 금리 인상 가능 횟수를 최대 2차례로 잡았고, 이 중 6명은 단 한 차례만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4월 점도표에서 한 차례 인상을 내다본 위원이 한 명이었던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는 2018년 말까지 연준의 예상 기준금리 중간값이 낮아졌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점도표 상 내년 기준금리 경로 중간값은 1.6%로 종전의 1.9%보다 낮아졌고 2018년 전망도 2.4%로 종전의 3.0%보다 낮아졌다.

다트머스 대학 이코노미스트 앤드류 레빈은 “(이번 점도표는) 미국의 장기 금리가 경기 과열을 초래하지 않고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며 따라서 긴축 시급성도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선물시장 신호 주목

애널리스트들은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연준 역시 이를 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연준 관계자들이 금리 인상 서프라이즈로 시장 혼란을 초래하길 원치 않으며 시장이 기대하고 있을 때가 되어야 연준이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게 이들의 판단이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지는 연준 금리 인상 시점에 관한 베팅이 늘면서 잠잠했던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CME에 따르면 이달 1일 연방기금 금리선물 계약 수는 100만계약을 넘으며 2003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고, 이틀 후인 3일에는 거래량이 44만5366계약을 기록하며 2003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규모를 나타냈다.

늘어난 거래량 만큼 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 전망이 형성되고 있는데, 연방기금 금리 선물에서 나타난 트레이더들의 금리인상 전망은 크게 꺾였다.

특히 7월 가능성이 회의 전 21%에서 결과 발표 후 7%로 밀렸고, 9월 금리인상 가능성도 35%에서 23.9%로 후퇴했다. 올 연말까지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57%로 나왔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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