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미국 경제의 저성장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고용 시장과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도 불과 1주일 전 통화정책 회의 당시에 비해 어두운 시각을 드러냈다.
미국 경제가 2009년 침체를 벗어난 뒤 지난 7년간 잠재성장률에 못 미치는 성장을 기록한 가운데 옐런 의장이 장기 저성장을 이른바 ‘뉴 노멀’로 인식하는 모습이다.
재닛 옐런 의장 <출처=블룸버그> |
경제 전망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상당수에 이르며, 특히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경제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킬 것이라고 옐런 의장은 강조했다.
21~22일(현지시각) 이틀간 열리는 상원 은행위원회 반기 통화정책 보고 첫 날 증언에서 옐런 의장은 미국 경제 전망과 관련한 초점을 견고한 회복 신호를 보내는 시점에서 기다리는 신호가 나타날 것인지 여부로 옮겼다.
그는 “조심스러운 금리 인상 기조가 경제 성장의 회복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 경기 부양을 뒷받침할 수 있는 통화정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주 통화정책 회의를 마친 뒤 “조심스러운 금리인상이 경제 성장과 고용, 인플레이션의 향상을 판단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 명백하게 달라진 발언이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옐런 의장이 미국 경제의 장기 저성장을 마침내 새로운 추세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블룸버그 역시 옐런 의장이 경기 전망을 미묘하게 변경했다고 지적했다. 또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의 경기 하강 및 저금리 장기화 경고와 맥을 같이 한다는 평가다.
옐런 의장은 단기적인 경기 전망과 관련, 완만한 회복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점진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언급, 지난주 회의 당시 발언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내달 26~27일 열리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인상 가능성 및 그 밖에 구체적인 일정을 밝지 않은 채 올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 둔 셈이다.
하지만 이날 증언에서 그는 장기적인 걸림돌에 크게 무게를 뒀다. 옐런 의장은 “경기 전망과 관련해 상당한 불확실성이 자리잡고 있다”며 “소비자 지출과 투자가 후퇴할 수 있고, 생산성 둔화가 지속되면서 임금 상승 및 소득 창출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최근 수년간 나타난 생산성 저하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일부 경제학자의 주장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 재무장관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학 교수는 미국이 구조적인 불황을 맞을 수 있다고 주장 한 바 있다. 미국의 경제 성장과 금리가 전례 없이 낮은 수준에서 장기간 머물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수년간 옐런 의장은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복병들이 희석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성장률이 모멘텀을 회복하는 한편 금리가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이날 증언에서 옐런 의장의 발언은 과거 시각과 미묘하지만 분명한 차이를 드러내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는 이날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성장을 막는 역풍들이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희석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해 1년 전 증언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 역풍들이 사라질 것”이라는 단호한 발언과 비교해 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한풀 꺾인 모습을 보였다.
이번 증언에서 옐런 의장은 연준의 통제 영역을 넘어서는 대외 변수에 대해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브렉시트 리스크를 크게 강조했다.
그는 “23일 국민투표에서 영국의 EU 탈퇴가 최종 결정될 경우 상당한 경제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중국이 경제 개혁을 추진하는 가운데 적지 않은 난관에 부딪힌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크고 작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리스크 선호심리가 급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옐런 의장이 구체적인 금리인상 시기에 대한 언급을 피한 가운데 이날 증언에 앞서 연방기금 금리 선물은 내달 통화정책 정상화 가능성을 불과 8%로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