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이홍규 기자] 영국의 파운드화 가치가 100년에 걸친 긴 하락 추세에 놓여 있으며, 브렉시트(Brexit) 때문에 다시 한 차례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나왔다.
5일 자 블룸버그통신은 "역사적 선례를 보면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의 유럽연합(EU) 탈퇴에 따른 부정적인 평가는 '과도하다'는 발언은 틀린 것일 수 있다"면서 "지난 1세기는 달러에 대한 파운드화의 하향 사다리(downward ladder)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또 통화 약세에 따른 경제 자정 기능도 약해져 파운드화가 추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고 전했다.
파운드/달러 환율 100년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
파운드화 가치는 금본위제를 포기했던 1931년부터 하락 추세를 밟기 시작했다. 정부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경기 악화 압력에 못이겨 파운드화를 30%를 절하했고, 이어 1967년에는 영국 수상이었던 헤럴드 윌슨이 다시 파운드화를 14% 평가 절하했다. 이후 파운드화는 1970년, 1980년, 1992년 10년 마다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영구적'으로 진행돼 왔다면서 앞으로 파운드화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투자은행 HSBC는 최종적으로 파운드/달러 환율이 1.20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조지 소로스는 1971년 이후 평균 환율(파운드당 1.46달러)보다 20% 떨어진 1.15달러를 기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6일 오전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파운드/달러 환율은 1.2966달러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날 도쿄외환시장에서 오전 8시 경 1.2959달러까지 하락해 3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파운드화 가치 하락이 수출 경쟁력 개선과 여행 수요 증대 등을 이끌어내 다시 통화가치 상승을 유도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영국 경제의 4분의 3은 금융과 같은 서비스업 부문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효과를 보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지난 1분기 영국의 경상수지 적자폭은 국내총생산(GDP)의 6.9%에 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파운드화가 구조적인 약세 압력을 받고 있다.
옥스포드 대학의 사이먼 렌 루이스 경제 정책 교수는 "(파운드화 약세에 따른) 단기적인 경쟁력 증대는 투자 감소 등 다른 부정적인 요인에 의해 상쇄될 것"이라면서 "따라서 영국의 EU 탈퇴는 단기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영국 경제에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와 이코노믹스앤비지니스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영국 경제에 대해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비율은 지난 6월 23일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2배 이상 늘어났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