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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최근 미세먼지 논란에 화력발전소가 '희생양'이 되면서 정부가 전기료를 현실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부는 그동안 신재생에너지 육성을 위해 전기료 인상이 필수적이지만, 정치적 부담 등을 고려해 인상요인을 최대한 억눌러 왔다.
하지만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소를 대폭 줄여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자 '전기료 인상'이라는 현실적인 대안을 꺼내든 것. 미세먼지 논란이 울고 싶은 아이의 뺨을 때린 격이다.
◆ 내년 여름 대선 앞두고 인상 부담…올 겨울 소폭 인상 가능성
우리나라의 전기료는 33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에너지가 풍부한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세 나라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그래프 참고). 이 때문에 2차 에너지인 전기료가 1차 에너지보다 저렴한 왜곡된 현상이 빚어진다.
전력당국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료 인상 여부를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게 공식적인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적절한 인상 시기와 인상폭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의 발언은 정부 안팎의 달라진 분위기를 내비쳤다.
우태희 차관은 "너무 싼 전력이 있어서 (전력시장이) 왜곡돼 있다"며 "(전기료를) 서서히 올리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당국자가 전기료 인상 방침을 공식화한 것은 올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로 정부는 오는 2029년까지 추진할 제7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전기료를 13.8% 인상할 계획이다. 중장기 전력수요 예측을 위한 전망치로서 실제로는 이보다 인상률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2013년 1월 이후 3년 이상 전기료가 동결됐다는 점에서 현 정부 하에서 최소한 한 차례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고유가가 한창이던 2014년 초가 인상 적기였으나 지방선거를 앞둬 인상하지 못했다(아래 그래프 참고).
지난해 이후로는 저유가를 빌미로 오히려 전기료 인하 요구가 거세지면서 인상 동력을 떨어진 게 사실이다. 때문에 최근 국제유가 회복과 내년 대선을 고려할 때 올 겨울이 인상 적기라는 게 당국 안팎의 인식이다.
하지만 정부는 일단 전기료 인상 가능성에 대해 일절 함구하고 있다. 정부 핵심관계자는 "전기료 조정 여부는 현재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 '누진제 폭탄' 외면하고 절전수단으로 활용…차기정권에 떠넘겨
전력당국의 또 하나의 시급한 과제는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 개편'이다. 전력사용량이 많은 소비자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전기료를 부과하는 제도로, 1974년 1차 석유파동을 계기로 절전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다.
1979년 2차 석유파동 당시 12단계로 나눠 최대 19.7배 차이를 뒀다가 2004년부터 현행 6단계(최대 11.7배)로 축소됐다. 이후 냉방기기 보급이 늘면서 매년 여름철이면 '누진제 폭탄'이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올 여름 최대전력수요가 8170만㎾ 수준으로 여름철 기준 사상최대치로 전망되자 냉방수요 절전을 유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누진제 개편이 필요하지만 이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인데 아직 미흡한 측면이 있다"며 "특히 올 여름 전력수요가 사상최대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전력수요를 줄이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누진제 폭탄'이 뻔한 상황에서 절전을 유도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매우 후진적인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박근혜정부도 눈치만보다 개편 시기를 놓치고 차기정권으로 떠넘길 공산이 크다.
누진제를 개편할 경우 1인 가구를 비롯해 전력이용량이 적은 소비자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진다. 현재 가정용 전력의 70%가 평균 이하의 전기료를 내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둔 상황은 누진제 개편이 동력을 잃어버린 이유다.
이 때문에 전기료 인상과 누진제 개편 필요성에 대해 정부는 원론적인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산업부는 "공익성 확보라는 원칙 하에 전기소비자의 정당한 이익을 보호하면서도, 합리적인 범위에서 원가를 충실히 반영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