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전례 없는 초저금리가 금융시장 곳곳에 교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유동성 난을 맞은 일부 국가가 이로 인해 쏠쏠한 반사이익을 본 것으로 파악됐다.
스페인이 최근 사상 처음으로 3년 만기 국채를 마이너스 수익률에 발행하는 등 자금 조달 비용이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유로존 일부 회원국의 재정 적자가 대폭 줄어들었다는 주장이다.
달러 유로 등 주요 통화 <출처=블룸버그> |
25일(현지시각) 소시에테 제네랄은 지난 2012~2015년 사이 초저금리로 인해 유로존 회원국이 재정 적자를 40% 축소하는 효과를 봤다고 분석했다.
일본과 스페인에 이어 독일이 10년물 국채를 마이너스 수익률에 발행하는 등 이른바 ‘서브 제로’ 수익률은 유통시장에서 발행시장으로 확산된 데 이어 단기물에서 장기물로 영역을 넓히는 상황이다.
이반 마말레트 소시에테 제네랄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상당수의 정부가 초저금리로 인해 긴축 정책을 완화하거나 재정 목표를 보다 용이하게 달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자금 조달 비용이 바닥을 뚫고 내린 것은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을 중심으로 한 공격적인 자산 매입과 마이너스 금리와 직결됐다.
필립 해먼드 영국 신임 재무장관은 현지 방송사 ITN과 인터뷰에서 “영국이 이미 커다란 부채를 안고 있기 때문에 이를 크게 늘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초저금리 시대 자금 조달은 커다란 매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경제가 EU 탈퇴 결정으로 인해 침체를 맞게 될 경우 기존의 저금리 여건은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달 국민투표 결과로 인해 영국 정부는 2020년까지 재정 적자를 해소한다는 계획을 철회했다. 이른바 브렉시트가 실물경기를 강타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저금리로 수혜를 얻은 것은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재정 적자가 GDP의 3% 아래로 떨어진 것은 자금 조달 비용 하락과 무관하지 않다.
일부 투자자들은 미국 정부가 낮은 비용에 자금을 조달, 인프라를 포함해 실물경기 성장을 부양할 수 있는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탠더드 차타드 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른바 ‘헬리콥터 머니’에 대한 시장의 열정이 크게 고조되고 있으며, 정책 수단 가운데 이는 더 이상 터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