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달러화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글로벌 외환시장 트레이더들이 상품 통화를 중심으로 신흥국 통화 캐리 트레이드에 몰려들고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 루블화와 남아공 랜드화 등 일부 통화가 강한 상승 탄력을 과시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상품 가격 하락 가능성과 지정학적 리스크를 근거로 들며 신중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루블 <출처=블룸버그> |
15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루블화가 이달 들어서만 3%에 달하는 상승 기록을 세웠다. 이날 루블화는 달러화에 대해 3주간 최고치에 올랐다. 남아공 랜드화는 연초 이후 달러화에 대한 상승률이 약 14%에 달했다.
상황은 그 밖에 주요 상품통화 및 신흥국 통화도 마찬가지다. 폴란드 졸티화와 터키 리라화 등 위험자산으로 통하는 통화가 일제히 강세를 보여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신흥국 통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캐리 트레이드가 재점화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선진국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부양책은 캐리 트레이드의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인 시장 변동성을 가라앉혔다.
이와 함께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일정 부분 진정시켰고, 주요국 국채 수익률이 브레이크 없는 하락을 연출한 데 따라 투자자들의 수익률 추구 움직임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소매판매와 2분기 성장률을 포함한 미국 경제 지표가 둔화됐고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내 금리인상 기대감이 꺾이면서 달러화가 약세 흐름을 지속하자 캐리 트레이드가 모멘텀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최근 유가와 금속을 포함한 상품 가격 상승도 신흥국 통화 ‘캐리’에 힘을 보탰다.
루블화 강세와 관련,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2분기 성장률이 시장의 기대치를 넘어선 데다 유가가 강세를 보인 데 따른 결과로 해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랜드화 강세 역시 금을 필두로 금속상품 상승에서 배경을 찾았다. 이 밖에 남아공의 경제 개혁 움직임과 제조업 경기 향상도 랜드화를 끌어올린 요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활기를 되찾은 캐리 트레이드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피터 킨셀라 코메르츠방크 외환 전략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고조되고 있고 국제 유가 상승 역시 지속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며 “리스크를 감안할 때 캐리 트레이드 전략은 부절적 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당분간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이 ‘묻지마 투자’ 형태의 트레이딩에 혈안이 됐다는 지적이다.
스위스코트의 피터 로젠스트라이 전략가 역시 “달러화가 신흥국 통화에 대한 약세와 선진 10개국 통화에 대한 박스권 움직임을 지속할 것”이라며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경제 펀더멘털이나 리스크에 아랑곳하지 않고 루블화나 졸티화 같은 위험자산을 매입하기 위해 덤벼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