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S&P500 지수의 배당 성향이 지난 2009년 2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고수익률을 찾아 뉴욕증시에 몰려든 국내외 투자자들이 보다 높은 배당 지급을 요구하면서 발생한 결과다.
마이너스 수익률에 거래되는 전세계 채권이 13조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주식이 채권과 흡사한 형태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뉴욕증권거래소 <출처=블룸버그> |
18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 12개월간 S&P500 기업의 배당 성향이 37.93%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배당 성향은 기업이 벌어들인 순이익 가운데 주주들에게 지급한 배당금의 비중을 의미한다. 미국 기업의 이익이 4분기 연속 감소했지만 주주환원을 확대하면서 배당 성향이 대폭 상승했다.
이번 수치는 지난 2009년 2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 38.16%에 바짝 근접한 수치다. 시장 전문가들은 일부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이익보다 높은 배당을 지급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황은 유럽도 마찬가지다. 투자자들 사이에 자사주 매입보다 배당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높은 유럽의 스톡스 600 지수는 배당 성향이 무려 58.55%에 달했고, 영국 FTSE100 지수의 경우 70%까지 치솟았다.
미국 금융위기가 본격화됐던 2008년 기업 이익이 급감했지만 경영자들은 투자자 이탈을 막기 위해 기존의 배당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최근 상황도 당시와 흡사하다는 지적이다.
S&P500 기업의 배당은 주당 평균 44달러로 파악됐다. 지난 2008년 평균 배당은 주당 28달러에 못 미쳤다.
배당 성향이 가파르게 상승한 이유는 단순하다. 채권시장에서 고수익률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되자 주식시장으로 발을 옮긴 투자자들이 높은 배당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AAA 등급의 글로벌 우량 회사채가 제공하는 수익률은 간신히 2%를 웃도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채권이 제공하는 안정적인 쿠폰 금리를 주식 배당을 통해 확보하겠다는 움직임이다.
배당이 가파르게 증가한 정황은 다른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지난 2009년 3월 말 뉴욕증시가 장기 강세장으로 진입한 이후 S&P500 지수는 196.8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25년 연속 배당을 지급한 종목을 추종하는 배당주 지수는 247.72%에 달하는 상승 기록을 세웠다.
월가 애널리스트는 배당 수익률을 추종하는 투자 전략의 리스크를 경고하고 있다. 골드만 삭스는 투자 보고서를 통해 “저성장 및 저금리 시기에 배당성향이 높은 종목은 투자자들에게 채권과 같은 지속적인 수익률과 미래 성장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분더리히 증권의 아트 호간 전략가도 CNBC와 인터뷰에서 “유틸리티 섹터를 중심으로 배당 성향이 높은 종목이 크게 고평가된 상태”라고 판단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