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방글 기자] 한진해운이 해외 선주에게 빌려 사용하는 유조선도 바다 위를 떠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시스> |
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지난 2014년 에쓰오일과 1200억원 규모 원유 장기 운송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만 1200억원에 달하는 규모로 계약기간은 오는 2019년 상반기까지다.
한진해운이 운항 중인 유조선은 에쓰오일의 원유를 실어 나르는 유조선 1척이 유일하다. 이 외에는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이 대부분이다.
이 유조선은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Very Large Crude Oil Carrier)으로, 한번에 30만DWT(적재중량톤)을 실어 나를 수 있는 규모다.
에쓰오일은 한진해운의 초대형 원유운반선을 통해 연간 원유수입(2800만t)의 15분의 1에 해당하는 192만t규모의 기름을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라스타누라항에서 울산 온산항으로 수송해 왔다.
하지만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에쓰오일의 수입에도 문제가 생겼다. 실제 해당 선박은 억류 가능성 때문에 현재 바다 위를 표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 보유 선박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억류는 불가능 하지만 용선료를 지급받지 못한 선주가 해당 선박의 이용을 금지시킬 수는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와 중동지역은 파산보호신청 불승인 국가다. 배를 억류하지 못하면 배에 있는 기름이라도 뺏어갈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해당 선박이 울산항을 통해 국내에 정박할 수는 있어도 자유롭게 사우디를 오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진과 에쓰오일은 오랜 기간 원유 운송 계약을 맺어왔다. 조양호 회장이 지난 2007년 에쓰오일의 지분 28.41%를 취득, 2대주주로 올라서면서부터다. 이후 양사는 2년, 3년 수준으로 운송 계약을 연장했다. 그러다 2014년 3월, 5년이라는 장기 계약을 맺게 된 것이다.
하지만 반년이 채 지나지 않은 8월, 조양호 회장은 한진에너지를 통해 보유하고 있던 에쓰오일 지분 28.41% 전량을 아람코에 매각한다. 한진해운에 긴급 자금을 수혈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조 회장은 에쓰오일 지분 매각을 통해 마련한 2조2000억원 중 한진에너지 차입금 상환 비용을 제외한 9000억원을 한진해운에 투입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대한항공 항공유 등을 매입하며 우호 관계를 유지해오던 양사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을 이유로 어색하게 됐다고 평가한다. 5년간 장기 계약 직후 조양호 회장이 지분을 털어낸 데다, 에쓰오일의 기름을 운반해야할 유조선이 표류한 상태기 때문이다.
에쓰오일 측은 원유 공급에 무리가 되는 물량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에쓰오일 측 관계자는 “에쓰오일에 원유를 공급하기 위해 일 년에 100회 정도 배가 울산항에 정박한다”며 “이 중 한진해운의 배는 최대 7회 입항하는 데 불과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방글 기자 (bsmil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