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성수 기자] 미국 기업들 대다수가 빚더미에 앉아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세계경기 불확실성 속에 투자를 줄이고 현금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었지만, 이는 상위 1%에만 해당되는 것일 뿐 대다수 기업들은 부채가 급속히 늘어 현금줄이 말라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크레디리요네증권 아시아(CLSA)는 지난 11일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가 신용등급을 매기는 기업들 중 대다수는 부채 규모가 금융위기 발생 당시인 2007년 대비 80%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기업부채의 증가 속도가 미국 경제성장률의 5배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CLSA는 미국 기업부채 규모가 2020년에 75조달러(8경2950조원)로 증가해, 현재의 50조달러에서 50%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상위 1%도 보유현금 7배 부채.. 현금 30% 5개 IT업체에 집중
미국 상위 1% 기업들도 사정이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이들 기업은 보유 현금이 9000억달러(약 997조원)인 반면 부채는 6조6000억달러(약 7328조원)에 이른다. 보유현금의 7배가 넘는 부채를 끌어안고 있는 셈이다.
세계 맥주 시장 1위 기업인 벨기에 안호이저부시인베브(AB인베브)는 부채 규모가 920억달러로, 부채비율(net debt-to-equity ratio)이 247.8배에 이른다.
부패 추문으로 휘청거리는 브라질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가 부채비율이 101.3배인 것과 비교하면 AB인베브의 부채 부담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기업들의 총자산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떨어지고 있다.
총자산 대비 현금 비율은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7.5%에서 2010년 9.6%, 2013년 10.6%로 상승했으나, 이듬해인 2014년에 10.4%로 하락한 데 이어 2015년에는 9.9%로 다시 떨어졌다.
런던에 본사가 있는 투자 자문 기관 앱솔루트 리턴 파트너스는 "미국 기업들은 부채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며 "대규모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일반적인 인식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기업들 중 가장 현금이 많은 5개 기업은 애플·마이크로소프트·구글·시스코·오라클로 모두 정보기술(IT) 업체들이었다. 이들이 보유한 현금은 전체 기업들의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총자산 대비 현금 비율(노란색) <자료=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