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외환시장이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의 첫 토론회를 앞두고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멕시코 페소화에 대한 하락 베팅이 사상 최고치에 달했고, 달러화 향방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관측이 번지면서 환시 트레이더들은 토론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응을 예측하는 데 머리를 싸매고 있다.
달러화<사진=블룸버그> |
26일(현지시각)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한 주 사이 멕시코 페소화에 대한 숏 포지션이 37%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페소화 하락 베팅 규모가 20여년 전 데이터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로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페소화의 1개월 내재변동성이 이날 장중 19%까지 치솟았다. 이는 전세계 주요 통화 가운데 최고치로, 페소화 헤지 비용이 가파르게 뛰었다는 의미다.
이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대선 첫 토론이 예정된 가운데 외환시장이 이미 술렁이기 시작했고, 페소화의 하락 베팅은 정치권 영향을 가장 적나라하게 반영하는 단면으로 풀이된다.
지난 1개월 사이 페소화는 이머징마켓 가운데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씨티그룹이 트럼프 후보의 승리 가능성을 제시, 보호무역이 멕시코 경제를 해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카를로스 캐피스트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후보가 토론에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획득할 경우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상승 추이를 탈 것”이라며 “이 경우 멕시코 실물경제에 대한 전망이 흐려질 수밖에 없고, 외환 트레이더들은 이를 선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화 <사진=블룸버그> |
투자자들은 달러화의 향방에 대해서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선 토론 이후 표심의 움직임에 따라 달러화 역시 요동을 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특히 트럼프 후보의 공약이 설득력을 얻을 경우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고조되면서 달러화가 상승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리처드 스캘론 TJM 증권 외환 헤드는 CNBC와 인터뷰에서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대선 토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내달 선거일까지 정치권 변수가 달러화를 포함한 환율 등락을 쥐락펴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엔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전망은 더욱 낙관적이다. 일본은행(BOJ)이 현재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데다 미국 대선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엔화의 투자 매력을 높일 것이라는 판단이다.
트레이더들은 무엇보다 달러/엔 환율이 대선 파장에 가장 크게 노출된 것으로 입을 모으고 있다. 일부 시장 전문가는 트럼프 후보가 토론에서 승기를 잡을 경우 엔화가 폭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노무라의 이케다 유노스케 애널리스트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미국 대선 향방에 따라 6000억달러의 달러화 자산을 보유한 일본 보험업계가 적극적인 포지션 변경에 나설 수 있다”며 “대선으로 인해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스템의 안정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번질 경우 엔화가 치솟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블룸버그의 조사에서는 트럼프 후보가 43%의 지지를 획득, 클린턴 후보의 지지율 41%를 앞지른 것으로 집계됐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