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유리 기자] 글로벌 시장 확대에 사활을 건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결단을 내렸다. 스스로 네이버 의장직을 내려놓는 한편 7년 만에 사령탑을 교체하기로 했다. '꿈의 시장'으로 꼽은 북미·유럽에서 기술과 속도로 승부를 보기 위한 결정이다. 일각에서는 김상헌 대표의 넥슨 주식 부당거래 의혹을 배경의 하나로 꼽기도 한다.
◆ 이사회 의장직 물러나는 이해진…'꿈의 시장'에 집중
이해진 네이버 의장 <사진=네이버> |
20일 네이버는 이해진 의장이 내년 3월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8년 간 네이버 사령탑을 맡았던 김상헌 대표는 한성숙 서비스 총괄부사장에게 바통을 넘겨주기로 했다.
이 의장이 의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12년 만이다. 1999년 네이버를 설립한 이 의장은 2004년 네이버 전신인 NHN 이사회 의장을 맡은 뒤, NHN엔터테인먼트를 분사한 2013년부터 네이버 이사회 의장을 역임했다.
이 의장의 결단에는 북미·유럽 시장 진출에 대한 절박함이 작용했다. 일본에서 글로벌 메신저 라인을 성장시켜 상장까지 이끌었지만 북미·유럽 시장은 이전과 다른 새로운 도전이라는 생각에서다.
이 의장은 라인을 미국과 일본 증시에 상장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북미나 유럽은 라인이라는 브랜드를 또 다르게 만들 수 있는 꿈의 시장"이라며 "새로운 시장에서 성과를 내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누군가는 준비를 해야 다음 성공 사례도 나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말처럼 북미와 유럽은 네이버에게 새로운 도전의 무대다. 그간 라인은 일본에서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은 뒤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를 공략해 왔다. 반면 북미와 유럽에선 이미 이용자 기반이 확고한 페이스북, 위챗 등 글로벌 메신저 공룡이 자리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일본과 달리 북미와 유럽은 언어나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전과 다른 집중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이사회 전에 결정할 만큼 시장 확대의 타이밍을 잡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 네이버 새 수장에 한성숙…"이용자·기술 이해 탁월"
네이버를 이끌 새로운 수장으로는 한 부사장을 낙점했다. 서비스 전반을 이끈 경험이 있는 만큼 이용자와 기술에 대한 이해가 탁월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부사장은 인터넷 산업 초창기부터 오랫동안 업계에 몸담아 온 전문가다. 숙명여대를 나와 엠파스 검색사업본부장 등 IT업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뒤, 2007년 네이버에 합류했다. 현재 네이버 서비스 전반을 총괄하는 자리를 맡고 있다.
특히 시장의 흐름을 읽어 서비스로 빠르게 구현하는 실행력을 높게 평가받았다. 변화의 흐름에 맞춰 네이버의 모바일 변신을 이끌었으며 '브이 라이브(V LIVE)' 등으로 글로벌 서비스를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한성숙 네이버 서비스 총괄부사장<사진=네이버> |
사령탑 교체로 네이버는 성장의 제 2막을 열 채비다. 법조인으로 출발해 경영 전반을 이끈 김 대표에서 서비스를 발굴하고 사업화한 한 부사장으로 사령탑을 교체하면서 서비스와 기술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해외 매출 1조원을 돌파한 네이버는 분기 매출 1조원 시대를 앞두고 있다.
2009년 네이버의 방향키를 잡은 김 대표는 네이버의 조직적 토양을 마련하며 인터넷 업계에서는 드물게 장수 CEO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한게임 분할, 라인 상장 등 회사의 굵직한 변화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경영을 이끌었다.
네이버 관계자는 "김상헌 대표가 조직이나 경영적인 체계를 잡아놨기 때문에 그 기반 위에서 한 대표 내정자가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다"라며 "서비스와 이용자에 대한 이해도를 기반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 부사장이 차기 대표이사직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내년 3월 임기까지 업무 인수인계를 돕는다. 이후에도 경영자문으로서 네이버의 글로벌 성장을 지원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김 대표가 사령탑에서 물러나기로 한 결정에 넥슨 주식 부당거래에 대한 이슈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김 대표가 대기업 법무팀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5년 진경준 전 검사장 등과 함께 넥슨으로부터 돈을 빌려 당시 비상장이던 넥슨 주식을 샀던 것이 논란이 됐다.
네이버 관계자는 "올 여름부터 김 대표가 연임에 대해 깊이 고민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해당 이슈가 개인적인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지는 모르지만 회사의 변화에 따른 결단이 가장 크다"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