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전민준 기자] 포스코가 미국에 이어 일본시장에서도 수출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조만간 포스코 주력제품인 열연강판에 반덤핑(AD)조사를 개시할 예정으로, 반덤핑 판정을 받게 되면 두 번째로 큰 수출시장을 상실할 수도 있다.
11일 철강업계 및 일본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일본 최대 철강기업인 신일철주금은 최근 도쿄에서 개최된 철강산업간담회와 공정무역위원회 회의에서 일본경제산업성과 함께 포스코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입 철강제품 때문에 자국기업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단해서인데, 업계에선 이번 움직임이 지난 9월 미국에서 7% 관세를 맞은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열연강판은 쇳물을 가공해 내온 평평한 판 모양의 철강 반제품인 슬래브를 고온으로 가열한 뒤 누르고 늘여서 두께를 얇게 만든 강판이다. 주로 차강판, 건설용 철강제품 소재로 사용되며, 국내에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2개사가 생산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높은 관세율을 적용받지 않았지만, 최근 미국 철강사들의 공격적인 움직임에 수출물량이 다소 줄어든 상황"이라며 "줄어든 물량을 국내에서 해결하려고 하면서 수입제품에 제재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일본이 합류할 가능성도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보통강 열연강판 약 78만t, 금액으로 치면
약 3500억원을 일본에 수출했다. 이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현 추세대로 라면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물량이 일본에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포스코의 수출물량은 약 90%인, 70만t(3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나머지는 현대제철이다.
현재 도쿄에서 거래되는 일본 열연강판 가격은 t당 55만원이고, 한국산은 t당 50만원으로 5만원 저렴하다. 일본 철강사들이 적어도 20% 이상의 관세부과를 주장할 것이라는 게 철강업계 중론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차후 일본 철강 내수가격 인상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한국산이 지금보다 t당 5만원 이상 비싸야 한다고 보는 시선이 강하다"며 "하지만 일본 철강사들이 강하게 나올 경우 최소 관세마진이 20%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철강업계에서는 열연강판 외 냉연강판이나 도금강판 등 다른 판재류 제품에 대한 관세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지난해 한국산 냉연강판과 도금강판의 대일 수출량은 각각 47만t, 34만t으로, 열연강판에 이어 2,3위를 차지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통상 1개 국가에서 반덤핑 제소가 이뤄질 경우 한 품목에만 한정하는 경우는 없다"며 "열연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데 성공하면 다른 철강제품으로 범위를 넓혀나갈 것이다"고 진단했다.
한편, 포스코는 지난 9월 미국에서 61%의 열연강판 관세폭탄을 맞은 뒤 아시아 및 동남아 등에서 새로운 수출시장을 찾고 있다. 또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책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뉴스핌 Newspim] 전민준 기자(minjun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