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태 기자] '한·일 위안부 합의'가 28일 1주년을 맞았으나 여전히 합의 무효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어렵게 이끌어낸 양국 간 합의가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이나 야권과 시민단체에서는 원천 무효를 외치며 시위를 이어갔다. 특히 '개혁적 보수'를 내세우며 전날 출범한 비박계 신당도 이날 첫 공식 논평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를 비판하고 추가합의를 촉구했다.
올해 마지막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촉구 수요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구 일본대사관에서 외교부 청사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이날 낮 12시 서울 종로구 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263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를 개최하고 12·28 합의의 즉각 폐기를 요구했다. 이날 수요시위에는 약 2000명(경찰 추산 700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일본 등 외신들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정대협은 집회에서 올해 별세한 피해 할머니들의 영정을 놓고 촛불을 켜고 헌화하며 고인들을 추모했다. 정대협에 따르면 올해 별세한 피해자는 최옥이·김경순·공점엽·이수단·유희남·박숙이·김모 할머니 등 총 7명이며, 현존하는 피해자는 39명이다. 이날 집회에는 김복동·길원옥 할머니도 참석했다.
정대협은 "12·28 한일 위안부 합의는 잔혹한 2차 가해"라며 "피해자들과 시민들은 이때문에 전에 없던 아픔과 슬픔 속에 한 해를 보냈다. 2016년은 위안부 문제 역사에 있어서 최악의 해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아베 총리는 지금까지도 자신의 입으로 사과와 반성을 언급한 적이 없다. 박근혜 정부 역시 아베 정부의 최대의 원군이었다"며 "정부는 화해치유재단을 해체하고 한일 위안부 합의를 즉각 폐기하라"고 정부에 주문했다.
시위에 참석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진실을 밝히지 못한 채로 할머니들은 한을 품은 채 하늘로 떠나셨다. 그런데도 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통해 국민 기억 속에서 치욕스런 역사를 지우라고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일 합의는 무효다.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없는 합의는 유효하지 않다. 피해 할머니들과 합의도 없었는데 어떻게 유효할 수 있냐"며 "과거를 기억하지 않는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 함께 기억하고 연대하고 투쟁하자"고 호소했다.
시민들은 외교부 청사 앞으로 옮겨 진행한 2부 행사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 위안부 합의 폐기를 요청했다.
김복동 할머니는 "대통령을 믿은 것이 우리 불찰"이라며 "대통령 한 사람으로 인해 나라가 이렇게 시끄럽게 됐으니 깨끗이 잘못을 뉘우치고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이날 오전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출하고 왔다며 앞으로 정당한 판결을 받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개혁적 보수'를 내세운 비박계 신당도 위안부 합의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장제원 개혁보수신당(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일 위안부 협상은 국가 대 국가의 조약이나 협약이 아니다"며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 우리 당은 추가협의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장 대변인은 "추가 협의는 당사자의 납득과 수용이 필수적"이라며 "상처 치유금이 중요한 게 아니라 참회와 진정한 사과가 수반돼야 한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과 눈물에 개혁보수신당은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정용기 새누리당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현안관련 브리핑에서 "작년 12·28 합의는 지지부진하던 한일 간 위안부 합의를 타결시킨 것"이라며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책임 인정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정 대변인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진정어린 마음은 누구하나 모자람이 없이 같다"며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책임있는 대책이나 제안없이 비판을 위한 비판만 하며 여론 자극에 몰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외교부는 위안부 합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은 상황임을 감안해 12·28 합의 1주년을 기념하는 별다른 행사를 계획하지 않았다.
다만 조준혁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지난 1년간 화해치유재단이 출범하고 재단사업이 착실히 실시되는 등 위안부 합의가 충실히 이행되어 온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합의 당시 생존 피해자 46분 중 34분이 합의를 긍정평가하고 재단사업을 수용하였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앞으로도 재단을 중심으로 피해자 분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 그리고 마음의 상처 치유가 조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계속 최선의 노력을 해 나갈 예정"이라며 "특히 재단에서는 시설거주 피해자 분들과의 면담도 추진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재단이 시설거주 피해자 분들과 개별면담을 할 수 있도록 관련 단체들의 협조를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