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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경제정책] 이 절박한 시기에 재탕 정책…'아쉬운 이유 3가지'

기사등록 : 2016-12-29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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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 출발점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4차 산업혁명의 일꾼들에게 빚부터 떠안으라니…
슬그머니 뒤로 감춘 '성과연봉제'

[뉴스핌=이승제 선임기자] 절박감이 보이지 않는다.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 온데간데없다. 심지어 지난해 문서를 꺼내 단어와 숫자를 살짝 바꿔 얹어놓은 게 아닐까 의심될 정도다.

정부가 29일 '2017년 경제정책 방향'을 내놓았다. 각종 경제지표와 시장심리가 외환위기 직후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내년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살갑지도 친절하지도 않은 정책들'이 주욱 열거돼 있었다.

그 중 세 가지 점이 뼈아프게 다가왔다. (이것은 기자 개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아쉬움으로, 공감보다는 논의를 제시하는 성격이 크다)

첫째는 경제정책 설정의 출발점에 대한 고민이 아쉽다. 지금은 글로벌 저성장, 뉴-노멀(New-Normal) 시대다. 과거 1970년대의 고도성장이나 외환위기 전의 의미 있는 실질 성장이 가능하지 않다. 전세계적으로 경제 그릇이 작아지고, 먹잇감이 줄어든 시기다. 그러니 내수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살림을 줄이고 기나긴 춘궁기를 벗어날 식량을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 

내년 경제정책은 예상대로 지난 십 여년간 금과옥조처럼 지켜온 '기업 투자활성화'에서 출발하고 있다. '투자 확대→임금 향상 및 일자리 창출→내수 확대→매출·수익 증대→투자 확대'라는 공식이 바로 이것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마따나 "이것을 현실화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줄곧 유지해 온 '낙수 효과' 이론은 이미 그 유효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기업의 외형·수익 제고에 비해 고용 확대와 실질임금 상승 폭은 초라할 뿐이다. 제4차 산업 혁명이란 커다란 흐름도 과거 방식의 고용확대와 궤를 달리 한다. 그러니 정책의 일머리를 바꿀 때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실질임금 상승 등 분배 확대→내수 증대→기업 매출·수익 증가→투자 확대→임금 상승 및 일자리 확대'의 선순환을 고민해야 한다는 요구다.

내년 경제정책 방향 중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책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콘트롤타워를 신설해 경제·사회 전반의 혁신을 촉진하겠다고 했다.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관계부처 장관, 민간 전문가 등으로 '4차 산업혁명 전략위원회'를 꾸릴 예정이다.

하지만 구체 내용을 보면 식상할 뿐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빛 바래진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거점 조성의 축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은 의아하기까지 하다. KDB산업은행 등을 통해 4차 산업혁명과 신성장 산업 지원을 위해 20조원 수준의 투융자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것은, 미래를 걸머쥔 산업 육성의 일꾼들에게 빚부터 떠안기겠다는 발상처럼 보인다. 김대중 정부의 벤처육성 정책에서 한참 후퇴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볼 수 있듯, 미래 창조산업의 육성·발전은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혁신·개발과 용감한 자본 그리고 틀을 제한하지 않는 창의적인 문화의 결합으로 이뤄진다.

용기가 없으면 주저하게 되고, 결국 논란을 회피 또는 외면하게 된다. 정부는 내년 금융시장 혁신을 과감하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블록체인, 디지털 통화 등 신기술과 금융 서비스를 융합시켜 2단계 핀테크 발전 로드맵을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내놓은 정책들은 이미 시행중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현장지원반 한시운영, 크라우드펀딩 규제 완화 등이 그렇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금융권에 성과연봉제를 뿌리 내리는 데 심혈을 기울여 왔다. 교육·노동·금융·공공 등 4대 구조개혁의 성공을 상징하는 핵심 과제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성과는 초라할 뿐이다. 노조와 협상할 카드를 만들지 못했고, 금융공기업을 다그쳐 강제로 도입하도록 채찍질했다.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민간 금융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을 수시로 불러 구두선(口頭禪)일 뿐인 발표를 종용했다. 

내년 경제정책 방향에는 이에 대한 복안이나 로드맵이 들어있어야 했다. 사회적 논란과 파장이 크다 해서, 조기 대선으로 정치권이 요동치며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진다 해서 슬쩍 뒤로 감출 사안이 아니다.

내년 경제정책 방향은 좀 더 용감했어야 했다. 수많은 정책들 가운데 핵심을 추리고 거기에 집중해야 했다. 두 번, 세 번 읽어도 앙꼬를 읽을 수 없는, 단어와 숫자의 나열이 되지 말았어야 했다. 무엇보다 내년은 물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철학을 담아야 했다. 삶에 다가서지 못하는 경제정책은 건조한 단어와 숫자일 뿐이다.

이제 희망의 시선은 내년에 치러질 조기대선을 향한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 용기 있는, 논란을 피하지 않는, 삶에 다가서는 경제정책을 세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전에 대선 후보들의 경제공약을 눈여겨 보자. 이날 발표한 정책 방향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 얼마나 창의적인지, 얼마나 용감한지 평가하자. 우리의 삶과 미래가 달린 일이다.

 

■ 용어설명

* 낙수효과 : 대기업과 부유층의 투자·소비 증가가 저소득층의 소득증대로 이어져 국가 전체의 경기부양 효과로 나타나는 현상

 

[뉴스핌 Newspim] 이승제 선임기자(openeye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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