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우수연 기자] 현대중공업 주가가 지난 4일 하루동안 5% 가까이 급락하면서 120일 이동평균선을 이탈했다. 특히 이날 연기금이 주가를 끌어내리면서 시장 관심이 집중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일 현대중공업 주가는 전일대비 4.83% 하락한 13만8000원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해당 종목이 13만원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 11월 초(9일, 13만8000원) 이후 두 달만이다. 120일선을 하회한 것은 작년 7월 이후 6개월여만이다.
이번 주가 하락은 지난 3일 발표된 현대중공업의 올해 매출 가이던스와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지난 3일 현대중공업은 올해 매출액 전망(별도 기준)을 전년보다 23.1% 줄어든 15조원으로 제시했다. 같은날 현대미포조선도 올해 매출액을 전년대비 34.3% 줄어든 2조3000억원으로 전망했으며, 해당 종목의 주가도 4% 가량 빠졌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발표된 매출가이던스는 기존의 예상 추정치를 하회하는 수준이라 향후 추정치 하향조정에 대한 검토가 필요해졌다"며 "부문별 가이던스가 발표되지는 않았을 때 기존 추정치와의 차이를 고려하면 비조선부문 실적도 보수적 관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 업황이 나빠지면서 올해 매출 감소에 대한 컨센서스는 이미 형성돼 있어왔다. 다만 회사 측에서 예상보다 훨씬 보수적인 가이던스를 내놓으며 시장의 컨센서스와 괴리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최진명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조선업 매출이 나빠질 것이란 사실은 모두 알고 있었지만 시장이 예상했던 전년비 10~15% 감소보다 20~30% 수준의 감소폭을 제시하면서 회사의 메시지에 대해 시장이 다소 실망감을 느낀 것 같다"고 해석했다.
조선회사는 업종의 특성상 매출액을 스스로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매출 인식을 진행률 기준으로 하기에 회사 자체에서 진행률을 조절하면서 매출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조선회사가 올해 매출액을 전년대비 20% 이상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는 건, 그만큼 주주들과 회사 구성원들에게 '예상보다 업황이 훨씬 어렵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중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특히 연기금과 보험쪽에서 매도세를 확대하면서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4일 하루동안 연기금의 순매도 규모는 137억원이다. 이는 현대중공업이 1200억원대 세금 폭탄을 맞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던 지난 3월 중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매출 가이던스는 지난 3일 오전에 발표됐으나 주가가 그 다음날 크게 조정받은 이유도 이들 장투기관에 있다. 통상 연기금의 경우 재료를 바로 전략에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회의나 보고 등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연기금의 의사결정은 뉴스를 보고 그 자리에서 결정하기보다 회의를 거쳐 진행되기 때문에 하루 이상의 시차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사실 하루만에 연기금에서 대응할 정도라면 매우 빠른 결정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향후 주가 향방이 연기금 스탠스에 달려있다고 보고있다. 연기금의 특성상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간을 두고 분할 매도 물량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최 연구원은 "연기금이 물량을 한번에 내놓기엔 부담이 있기에 조금씩 비중을 줄여나가면 주가가 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반면에 매출액이 감소하더라도 PBR은 눈에띄게 감소하진 않기 때문에, 수익성이 동일하다는 가정을 하면 주가는 크게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 기준 현대중공업 주가는 전일 큰 폭의 하락에 따른 저가매수가 유입되며 2.5% 오른 141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매수 창구는 주로 외국계 증권사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