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세훈 기자] 귀국 후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는 반기문 유엔(UN) 전 사무총장이 안보 이슈를 부각시키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고향인 충청권을 방문한데 이어 16일 경남을 찾으면서 '보수와 충청·경상권'이라는 집토끼 잡기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시작은 성공적이라는 평가 속에 향후 난관이 많아 연착륙할 수 있을지 전망이 엇갈린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6일 오후 거제 반씨 문중과 점심식사를 위해 방문한 경남 거제시 한 식당 앞에서 꽃목걸이를 목에 걸고 있다. <사진=뉴시스> |
◆ 안보 이슈 선점, 컨벤션 효과로 지지율 상승
초반 행보는 일단 성공적이다. 반 전 총장은 15일 평택의 2함대 사령부를 방문하며 안보는 우클릭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 사드 배치 경위를 보면 북한이 계속 핵무기를 개발하고 탄도 미사일 기술을 축적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방어 목적으로 배치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반도 현실이 거의 준(準)전시 상태이기 때문에 정부가 그런 조치를 취한 것은 마땅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보엔 두 번 다시가 없다"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이 안보 이슈를 부각하자 중도층 공략에 고심 중인 야권 대선주자들이 입장을 선회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를 시작으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사드 배치 현실론'을 인정하며 무조건 철회에서 한발 물러섰다. 반 전 총장이 이슈 메이킹과 정책 선점에 성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이 15일 오후 경기 평택2함대에서 천안함 폭침 부위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시스> |
아울러 귀국 후 컨벤션 효과까지 더해져 지지율 상승 추세도 눈에 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은 귀국일인 12일 부터 지지율이 상승해 지난주 대비 0.7% 상승한 22.2%를 기록했다. 특히 13일에는 지지율이 25.3%를 기록해 문 전 대표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앞으로 충정, 경상권 등 동남부에 강세를 보이고 있는 반풍(潘風)이 북상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난관 많아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어
반 전 총장은 선명한 안보 이슈로 산뜻한 출발을 했지만 한일 위안부 협상, 경제 이슈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자칫 유보적 태도를 보이거나 박근혜 정부와의 차별성을 보이지 못하면 지지율이 급속히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지금까지 반 전 총장이 기존의 보수정당과 차별점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중도라고 볼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다"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허망하게 몰락하지는 않겠지만 낙마 가능성이 제로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인적구성도 도마에 올랐다. 구 여권인사와 올드보이들이 두루 포진하고 외교·관료·언론 등의 인사들이 캠프의 자리를 메우면서 새정치와는 역행하고 있다는 평가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15일 서면브리핑에서 "반 전 총장의 행보는 ‘박근혜 2기’, ‘MB 시즌2’에 불과하다"고 논평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반 전 총장이 '정치교체'를 주장하려고 했으면 거기에 부합하는 이미지를 부합했어야 했다"며 "공항에 도착했을 때부터 여권계열 인사만 포진하고 있는 것은 정치교체 명분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6일 오전 경남 거제 대우조선 옥포조선소에서 대우조선 노조와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뉴시스> |
기존 반 전 총장에게 러브콜을 보내던 정당들도 관망 모드로 선회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신임 당 대표는 "혹독한 검증을 받아 우리 당에서 경선을 하고 싶다면 문은 열려 있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의당의 정체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역시 16일 "(반 전 총장에게) 먼저 전화해서 이벤트로 일단 만나자고 할 그런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1일 "우리가 왜 반 전 총장에게 매달리느냐"며 "반 전 총장이 오면 제가 배짱을 튕기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자칫 조기낙마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전략적 거리두기로 풀이된다.
이런 흐름은 반 전 총장이 야권의 날선 검증을 통과해 안정권으로 진입 할 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핌 Newspim] 조세훈 기자 (ask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