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선엽 기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주창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달러 강세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나섰다.
미국경제의 호조와 달러의 약세라는, 언뜻 보기에 모순된 목표를 트럼프가 동시에 달성하겠다고 엄포를 놓음에 따라 원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의 눈치보기도 치열해지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트럼프가 주도하는 경제정책이 결국 펀더멘털 측면에서 달러의 강세로 귀결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정치가 경제논리를 압도하는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섣부르게 대응하기보다는 양쪽으로 방향성을 열어 놓고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올해 레인지로는 1100~1200원 초반 정도를 제시했다.
달러/원 환율 추이 <자료=네이버> |
6일 오후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오후 2시 13분 현재 전거래일 종가보다 10.1원 하락한 1137.9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 달여 전인 지난해 말 1212.5원까지 올랐던 것에 비하면 75원 가량 하락한 레벨이다.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 고용 관련 지표가 기대치를 밑돎에 따라 3월 금리 인상설이 힘을 잃으면서 다시 한 번 달러/원이 하락했다.
A은행의 한 외환 딜러는 "미일 정상회담이 잡혀 있고 연준(Fed) 고위층의 담화가 예정돼 있어 변동성을 키우면서 아래로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우리나라 원화의 경우, 다른 선진국 통화와 비교할 때 강세 정도가 급격했다. '보호무역주의', '환율조작국' 등 백악관 발 협박성 발언이 쏟아질 때마다 원화는 '떠밀린' 강세를 시현했다.
이에 시장 참여자들은 당분간 원화 강세 흐름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B은행의 외환 딜러는 "요즘은 미국 금리인상, 이런 쪽으로 영향을 받기 보다는 트럼프 말 한 마디에 세게 움직인다"며 "트럼프 발언도 하락 압력, 경제 지표가 모두 하락 압력이다보니 시장 자체가 하락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반면, 중장기적으로는 결국 달러가 미국 펀더멘탈 호조에 힘입어 강세로 갈 가능성이 더 높다는 판단이다.
오석태 SG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원화가 강세라기보다는, 한국 통화는 약한 고리다 보니까 트럼프가 뭘 원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아시아 통화들과 도매급으로 묶이면서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반기 달러가 강세로 간다는 기존 뷰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트럼프 발언 영향력이 크다고 해도 그가 계속 국제 금융시장을 콘트롤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며 "금융시장이 리스크 차원에서 최근 포지션을 해소하면서 달러/원이 내려왔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에 올해는 1100원대에서 레인지 하단을 형성할 것이란 지적이다. 박태동 메리츠종금증권 글로벌트레이딩 총괄 상무는 "1100원 밑으로 가면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이 훼손되므로 그것은 우리나라 정부도 (환율조작국 부담에도 불구하고) 막으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단에 대해서는 1200원 언저리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는 "1240원은 좀 높아 보이긴 하지만 1210~1220원은 언제든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증권사 채권 딜러는 "1200원 훌쩍 넘어가는 것은 금리 인상이 이슈가 되는 하반기 정도에나 가능할 것"이라며 "넓게 보면 1100~1200원 레인지에서 올해 움직이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