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기본성능 강화에서 '디자인 제일주의'로 선회한다. 일본 도요타, 혼다 등 경쟁사 대비 가격·성능 등에서 비교위위가 사라졌다는 내부 분석에 따라 원가절감 차원에서 디자인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내부적으로 작년 실적 부진에 따라 주력모델인 LF쏘나타와 이전 모델인 YF의 2016년 기준 상품경쟁력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ㆍ분명하게 두드러지는 판매경쟁력)을 분석했다. 미국 시장에서 경쟁모델인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등과 ▲성능 ▲연비 ▲가격 ▲디자인 등 총 4가지 항목에 대한 상대우위를 평가했다. 등급은 A(우세) B(동등) C(열세)로 세가지로 매겨진다.
점수를 보면 LF쏘나타의 USP는 성능·연비·가격·디자인 등에서 모두 B학점을 받았다. 반면 YF는 성능은 C학점이지만, 연비·가격·디자인에서 A학점이었다. 경쟁모델에 비해 LF쏘나타가 이전 모델인 YF에 비해 USP가 낮아 상품경쟁력이 낮아졌다는 평가다. LF가 상품경쟁력이 떨어져 이를 만회하기 위해 미국 딜러들에게 인센티브(판매 촉진비)를 더 지급했지만 결과적으로 판매량은 늘지 않고 비용만 증가했다는 진단을 내렸다.
현대차 관계자는 "경쟁차보다 분명한 경쟁력이 한두개는 가지는 있어야 잘 팔리는데 LF쏘나타는 경쟁차와 동등한 수준이니 인센티브를 더 주게 된 것"이라며 "YF는 성능은 쳐졌지만 다른 세가지가 우세하니 잘 팔린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출시된 LF쏘나타는 그전 모델인 YF와 달리 출시 이후 지난해까지 단 한 번도 연간 판매량이 10만대를 넘어본 적이 없다.
이에 대해 현대차 내부에서는 최근 수년간 기본성능(잘 달리고 잘 서고 잘 돌고) 강화 방침에 따라, 집중 투입한 회사역량이 수익성으로 연결되지 못했다고 분석한다. 2014년 출시한 LF가 대표적인 경우로 4500억원을 투입했지만 판매가 부진하면서 수익성 악화를 가져왔다.
이 같은 분석에 기반해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왔던 디자인을 강화해 판매증대와 이에 따른 수익성 개선을 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지난해 중순부터 영국 고급차 브랜드 벤틀리의 외장과 선행디자인 총괄인 이상엽 상무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 출신 디자이너 3명을 영입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동안 성능 강화에 많은 돈을 투자했다면 이제는 큰 돈 들이지 않고 현대차가 강점을 가진 디자인 경쟁력을 개선해 수익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현대자동차그룹 임원 인사에서 인사폭이 작년보다 5.4% 감소한 것도 기존 강점을 살리기 위한 안정을 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의 디자인 경영 회귀는 오는 3월 출시될 LF쏘나타 부분변경 모델에 드러난다. 성능은 그대로인데 디자인에서 크게 개선된다. 전면부는 최근 신형 그랜저, 신형 i30에 적용된 캐스케이딩 그릴로 바뀌어 보다 역동적인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