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일본 ‘개미’ 투자자들의 외환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선거에서 승리한 뒤 시장 변동성이 크게 상승하자 수익 창출 기회를 노린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달러/엔 트레이딩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엔화 <사진=블룸버그> |
2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이후 올해 1월까지 개인 투자자들의 달러/엔 월간 거래 규모가 평균 3조700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1~10월 평균치에 비해 39% 늘어난 동시에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무려 82% 급증한 수치다.
일본 투자자와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대선 결과로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트레이딩의 매력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을 통해 무역과 환율 조작 등 굵직한 사안에 대해 기습적인 발언을 쏟아내면서 거의 매일같이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했고, 투기적 성향이 높은 개인들이 출렁이는 환율에 공격적인 베팅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다.
식품회사의 매니저로 일하며 외환 데이 트레이딩에 참여하는 수다 유스케는 WSJ과 인터뷰에서 “지금처럼 미국 정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한 일이 없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시장 영향력이 막강하다”고 전했다.
일본 외환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3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초저금리가 장기간 지속된 데다 주식시장 역시 만족스러운 수익률을 제공하지 못하자 개인투자자들이 외환시장으로 기회를 찾아 나선 결과다.
글로벌 외환시장에서도 일본 개인들은 엔화 거래의 2%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대다수의 개인들이 엔화 가치가 하락할 때 매입한 뒤 일정 부분 상승하면 매도해 차익을 실현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달러화에 대한 엔화 움직임이 롤러코스터를 연출, 이른바 개미들을 현혹하는 시장 여건이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제약회사에서 일하며 점심시간과 귀가 후 야간에 외환 거래를 하는 이시마키 사요리는 WSJ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포지션을 유지하는 시간이 3~4시간에서 불과 몇 분 혹은 몇 초로 짧아졌다”며 “차익을 짧게 끊어 수익률을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환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정보에 최대한 접근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팔로어로 등록했다.
특히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회담을 가졌을 때 밤잠을 설치며 두 정상의 대화 내용과 시장 움직임을 살폈다고 일본 투자자들은 전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당시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엔화에 하락 압박을 가하는 발언으로 환율을 흔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등락 폭이 기대에 못 미쳤다며 다소 실망감을 드러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를 만나기 앞서 일본이 외환시장에서 ‘장난질을 하고 있다’며 날을 세웠고, 이 때문에 글로벌 외환 딜러들 사이에 미국이 일본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졍할 수 있다는 관측이 번지면서 달러/엔 환율이 100엔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었다.
하지만 아베 총재와 만남에서 그는 환율에 대한 언급을 피했고, 이는 엔화 약세를 용인하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달러/엔 환율은 113엔 선으로 상승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