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세훈 기자] 보수 진영의 특급 구원투수로 부상한 홍준표 경남지사의 지지율 상승이 예사롭지 않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지지율을 대거 흡수해 두 자릿수 지지율을 눈앞에 두고 있다.
21일 자유한국당 대선주자인 홍준표 경남지사가 전북도의회에서 대선 관련 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홍 지사의 최종 목표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양자구도를 형성하는 것이다. '자살' 등 막말과 보수 복원을 내세워 전통적인 진영논리를 자극하면 두터워진 중도층을 와해하고 단번에 문재인 대항마로 올라설 수 있다는 구상이다.
반기문 전 유엔(UN)사무총장에 이어 황 권한대행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갈 길 잃은 보수층은 홍 지사를 대안으로 선택했다. 홍 지사는 친박(친박근혜) 꼬리표가 없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여기에 전국적 인지도와 언변, 경남도정을 이끌며 무상급식 중단과 진주의료원 폐업 등을 이뤄 강성 우파에겐 매력적인 인물로 평가된다.
이는 곧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리얼미터가 유권자 2025명을 대상으로 15∼17일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2.2%포인트)에서 홍 지사는 지난주에 비해 지지율이 6.2%포인트 올라 9.8%의 지지를 얻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12%), 이재명 성남시장(10.8%)과 함께 2위권으로 도약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홍 지사는 전통적인 진영논리 부활을 꾀하고 있다. 그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 특검에 대해선 "정치검찰" 이라면서 상대 진영의 역린을 건드리는 가운데 강성 친박까지 아우르는 행보를 걷고 있다. 정치권에선 치밀하게 계산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두터워진 중도층을 흔들어 진보와 보수의 대결로 프레임을 전환하려는 포석이라는 얘기다. 진영논리가 부활하면 자연스럽게 홍 지사가 문재인 대항마로 급부상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난관은 있다. 친박계와의 관계정립이 선결과제다. 친박과는 선을 긋되 박 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은 그대로 가져가려면 '임도 남도 아닌 사이'가 돼야 한다. 그러나 친박계가 삼성동 '자택정치'를 가동하며 지지층을 결집하고 있어 적정선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바른정당과의 보수후보단일화 성사도 난제다.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남경필 경기지사는 자유한국당과의 연대에 분명한 반대입장을 나타냈다. 친박 세력에 대한 정치적 조치가 없다면 바른정당 내에 갈등이 분출되면서 보수후보단일화가 언제든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
[뉴스핌 Newspim] 조세훈 기자 (ask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