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연순 기자] 정부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에 5조1000억원의 추가자금 지원을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 방안을 내놨다. 정부가 '채무재조정을 전제로 한 자금지원'이라는 원칙을 제시한 만큼 이제 관심은 내달 17일 사채권자 집회로 집중된다.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재조정 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대우조선은 법정관리 성격의 프리패키지드 플랜을 통해 기업회생이 추진된다.
23일 금융위원회 등 정부부처는 대우조선에 채무재조정과 2조9000억원의 신규자금 투입 등 내년 상반기까지 부족자금 5조1000억원을 추가 지원해 대우조선을 살리기로 했다. 다만 추가 자금 지원의 기본원칙은 1금융, 2금융, 사채권자 등의 고통분담을 전제로 한다. 채무조정이 충족돼야 자금이 지원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사전 브리핑에서 "모든 이해관계자의 손실분담을 전제로 하는 선(先) 근원적 채무조정, 후(後) 유동성부족 자금지원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모든 이해관계자의 손실분담 원칙이 견지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2000억원의 기업어음(CP)을 포함한 1조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에 대해 50% 출자전환, 50% 만기연장(3년 유예후 3년 분할상환)을 추진키로 했다. 시중은행의 무담보채권 대출 7000억원도 80% 출자전환,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무담보채권 1조6000억원 전액 출자전환될 예정이다.
다만 정부의 추가 자금지원 로드맵의 성패는 사채권자 채무재조정 데드라인인 내달 17일이 될 전망이다. 시중은행은 출자전환 조건으로 사채권자의 채무재조정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시중은행 출자전환 등 채무재조정의 대전제는 회사채 채무조정"이라며 "회사채 채무조정이 선행돼야 시중은행도 출자전환 등 자금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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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7일 사채권자 집회에선 내달 21일 만기가 도래하는 4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6-1'을 비롯해 '4-2'(3000억 원·7월 23일)와 '5-2'(2000억 원·11월 29일) 등 5회차까지 만기연장 등 채무재조정안을 일괄처리할 예정이다. 현재 회사채 절반 이상을 보유한 국민연금공단과 우정사업본부가 대우조선 유동성 위기 해결의 '칼자루'를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는 총 회사채 1조3500억원 중 절반인 7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만기를 연장하려면 관련 법에 따라 총 발행 채권액 3분의 1 이상을 쥔 사채권자들이 참석해야 한다. 또 참석 금액의 3분의 2 이상, 총 발행 채권액 3분의 1 이상 동의를 끌어내야 한다.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는 사채권자 집회에서 상환유예 결정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전망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삼성 특혜 논란으로 큰 홍역을 치른 국민연금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을 받는 대우조선 지원에 나설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다.
정부는 2000억원의 CP를 보유하고 있는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도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설득작업에 나서고 있다. 만약 17일 진행되는 사채권자 5회차 집회에서 한회차자로 상환유예 안건 등이 부결되면 대우조선은 프리패키지드 플랜(Pre Packaged Plan)으로 바로 돌입한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17일을 전후로 사채권자 뿐 아니라 시중은행들도 채무재조정에 합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시중은행과 사채권자들의 채무조정 합의가 안될 경우 법적 강제력을 활용한 구조조정 실행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프리패키지드 플랜은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결합한 복합형 구조조정제도로 법정관리의 일종이다. 통합도산법상 회생절차의 장점인 법원의 폭넓고 강제력 있는 채무조정 기능과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워크아웃의 정점인 신속성 및 원활한 신규자금지원 기능을 결합했다.
채무조정 합의가 불발되면 대우조선은 채권단과 협의 후 법원에 프리패키지드 플랜을 신청하고, 회생법원은 청산가치에 준하는 대규모 출자전환 등 폭넓은 채무조정을 추진한다. 다만 P플랜 역시 법정관리 일종인 만큼 시중은행, 사채권자 등 채권자들의 대규모 손실은 불가피하다. 또한 수주된 선박의 발주취소 사유에 해당돼 발주취소, 금융회사 선수금환급요청(RG콜) 등의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