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허정인 기자]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 방안을 놓고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존속'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프리패키지드 플랜(워크아웃의 신규 자금 지원 기능과 법정관리의 강력한 채무조정 기능을 연계한 제도, P플랜)의 길로 들어설 경우 아무도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국민연금 또한 이 리스크를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세계 최초로 인도한 천연가스추진방식 LNG운반선. <사진=대우조선> |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대우조선의 '존속'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평했다. 현재 대우조선이 건조 중인 배가 110척인데다가 이들 선주들의 선수금 지급에 대한 보증을 시중은행들이 했기 때문에 법정관리 시 피해규모가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당국은 대우조선이 파산하면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59조원(2016년 말 기준)에 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건조 중인 선박의 공사중단으로 투입한 원가의 상당부분이 매몰 비용화되기 때문이다. 또 파산을 인지한 선주들이 계약을 파기하고 선수금 환급을 요청할 수 있다. 이때 금융권이 짊어져야 하는 손실액은 14조원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위험이 연금 자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한 구조조정 전문가는 "국민연금이 회사채 원금 3900억원을 여기서 털고 가더라도 향후 언제 어느시점에 예기치 못한 위험이 발생할 지는 누구도 가늠할 수 없다. 관련업종 동반 타격, 거제시 지역경제 몰락 등 여러 시나리오가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선수금 환급 요청이 줄줄이 이어지면 첫번째로 금융권이 타격을 받겠고 그 파급력은 연금뿐만 아니라 당국도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구조조정 전문가는 "현 상황에서 손실액을 최소화하려면 자금을 지원해서 회사를 유지하되 건조 중인 배를 제 값엔 못 받더라도 완성품으로 인도하는 것이 최선책이 될 것"이라며 "이래야먄 채권자 몫의 자산이 남을 수 있다. 현 상황에서 법정관리로 들어가면 미완된 배는 고철이나 마찬가지라 헐값에 팔릴텐데, 담보 잡고 대출해준 시중은행도 돈 몇 푼 건지기 힘들 수 있다. 연금 자산에도 자연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프리패키지드 플랜 자체가 최초로 시행하는 것이다 보니 향후 리스크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진해운 구조조정을 담당했던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당국과 산업은행이 철저히 진행하겠지만 P플랜 자체가 가보지 않은 길이다. 리스크가 일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당국이 제시한 지원 방안대로 구조조정이 이뤄지면 가늠할 수 있는 위험 내에서 일이 이뤄지기 때문에 더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껏 산업은행이 희생을 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시중은행 등 채권단과 사채권자들도 고통분담을 통해 위험을 줄이는 게 타당하다"고 토로했다.
한편, 지난 23일 대우조선 구조조정 추진방안을 발표한 당국은 향후 3~4년간 회사의 규모를 축소해 강소 조선사로 탈바꿈시키면서 내년부터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해양플랜트 부문의 사업은 접고 방위산업과 고부가 상선 중심으로 재편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현 빅3 체제에서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을 주축으로 한 빅2 체제로 전환한다는 게 당국의 계획이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