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규희 기자] 방송사 출구조사가 시작된 1996년 15대 총선에서부터 지난해 있었던 20대 총선까지 결과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면서 한때 ‘무용론’이 제기됐다. 하지만 대통령선거는 다르다는 분석이다.
200개가 넘는 선거구를 다뤄야 하는 총선과 달리 대선은 하나의 단일 선거구이기 때문에 정확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또 이번 대선 출구조사에서는 유권자들의 실제 표심을 확인할 수 있는 ‘심층 출구조사’를 처음 도입해 더욱 정교해졌다.
다만 출구조사가 금지된 사전투표에 참여한 유권자가 26%를 넘어서면서 최종 결과 예측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 대선은 하나의 선거구...표본 추출 용이해 정확도↑
지난해 있었던 20대 총선에서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당시 새누리당의 압승을, 출구조사는 새누리당이 다수당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여소야대 형국이 나타났으며 1석 차이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했다. 서울 종로구에서는 여론조사와 투표결과가 15%p 차이 나기도 했다.
총선은 대선과 달리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253개의 지역구를 조사해야하기 때문에 각 지역구에 맞는 성별·연령대·소득수준 등을 고려한 표본을 추출하기가 쉽지 않다.
대통령 선거는 4248만 명의 유권자를 하나의 선거구로 보고 성별·지역·세대·소득수준 등에 따라 표본추출이 어렵지 않다. 때문에 지난 1987년 13대 대선 이후로 여론조사기관이 대선 결과를 틀린 적은 없었다.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전국이 하나의 단일 선거구기 때문에 표본 추출이 어렵지 않다. 여론조사 정확도가 총선보다 확실히 높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대선 출구조사에는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투표자에게 어떤 후보에게 투표했는지와 함께 그 이유, 응답자의 정치 성향, 차기 정부 과제 등 질문을 던지는 ‘심층 출구조사’를 처음 도입해 진행한다.
그동안은 ‘누구에게 투표했는가’만 물었다면 이번에는 심층적인 질문을 던져 유권자들의 표심을 실증적으로 확인해 여론을 정확하게 반영하려는 것이다.
한국방송협회는 “심층 출구조사는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시행해왔으나 막대한 비용 때문에 그동안 국내에서는 쉽게 시도하지 못했다”며 “심층 출구조사를 시행하면 투표자의 복심을 입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전했다.
19대 대통령 사전투표가 시작된 4일 서울 마포구 대흥동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사전투표율은 26.06%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 전체 투표자 3분의 1이 ‘사전투표’...출구조사 변수
이번 대선 출구조사의 변수는 사전투표다. 법적으로 사전투표는 출구조사가 금지돼 있다. 공직선거법 제 167조 2항은 ‘선거일’에 투표소 50m 밖에서 출구조사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선거일이 아닌 사전투표일엔 출구조사를 할 수 없다.
지난 4, 5일 이틀간 진행된 사전투표에서 1107만여 명이 투표하며 사전투표율 26.06%를 기록했다. 전체 유권자의 4분의 1이 넘는 수치다. 이번 대선 투표율이 지난번 수준인 75%라고 가정하면 투표자 전체의 3분의 1가량의 표심을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또 22만 명이 넘게 참여한 재외국민 투표에서도 출구조사를 할 수 없어 외국에 거주하는 국민들의 표심을 예측할 수 없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통상 20·30대 젊은층은 사전투표에 많이 참여하고 50·60대 이상 중장년층은 본선거일에 투표하는 경향이 있어 이를 반영할 계획이라 입을 모았다.
이에 방송사들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각 지역 사전투표의 성·연령별 비율 정보를 제공받아 본투표율과 비교하고 가중치를 부여해 사후 보정할 예정이다.
9일 대선 선거일 밤 11시쯤 출구조사를 토대로 초반 개표 추이와 지역별 투표 경향 등을 참고해 당선자 예측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관위 측은 예년보다 투표시간이 2시간 늘어난 저녁 8시에 마감하기 때문에 다음날인 10일 새벽 2~3시쯤 19대 대선 당선자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규희 기자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