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오승주 기자] 국내 거시경제의 양대 축을 형성하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밀월이 주목받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정책공조’를 다짐하며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모습이지만, 흔히 ‘물과 기름’으로 비유되며 거시경제정책에서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기재부와 한은의 밀월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13일 중구 한국은행 본점을 방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사진=기획재정부> |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3일 한국은행 본관에서 첫 회동을 가졌다. 이날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김 부총리와 통화정책을 책임지는 ‘한국경제의 투톱’은 일자리 추가 경정예산안과 미국 금리 인상 등 국내외 경제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현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고, 향후 국내 경제정책에 대해 ‘공조체제’도 이뤄나갈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시장은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다. 처음엔 손을 맞잡았다가 본격적인 현안에 부딪치면 성장을 우선시하는 기재부와 안정을 중시하는 보수 성향의 한은이 대립각을 세우는 일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가깝게는 박근혜 정부의 첫 경제부총리를 맡았던 현오석 전 부총리는 취임 이후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와 웃으며 출발했지만 금리인하를 둘러싸고 얼굴을 붉히기까지 했다.
당시에도 추경 편성으로 경기부양에 주력하던 기재부 입장에서는 금리인하가 절실했지만, 한은이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결국 추경 편성 한달 뒤에야 한은이 금리를 내렸지만 양측의 감정은 상할만큼 상한 상태였다.
이명박 정부 때는 기재부와 한은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 강만수 당시 기재부 장관은 정부의 통화, 환율 정책 개입이 당연하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반면 이성태 한은 총재는 ‘한국은행 독립성’을 강조하면서 감정의 골이 깊었다.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도 취임 이후 2009년 이성태 전 총재와 한은에서 조찬회동을 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한은법 개정안을 놓고 곧 정면 대립했다.
시장에서는 좋은 출발을 보인 기재부와 한은 수장의 밀월이 이번에는 언제까지 갈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기재부가 총력전을 펼치는 일자리 추경과 기준금리 인상카드를 만지작거리는 한은의 정책이 엇박자를 낼 수밖에 없어 밀월이 애증으로 쉽게 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자리 확대와 경제 활성화를 위해 10조원 넘는 추경을 편성하는 등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한은이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추경의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기재부와 한은이 ‘머리를 맞댄 공조’를 형성하면 시너지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 관계자는 “정부와 한은은 성격상 근본적으로 갈등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형성되기는 힘들지만 서로 머리를 맞대고 긴장 속에서 진정한 공조가 이뤄진다면 효과는 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오승주 기자 (fair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