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일본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연초 이후 채권 발행액이 사상 최고치에 달했다.
투자자들의 수익률 사냥에 따른 결과로, 전통적으로 은행권 대출에 의존했던 일본 기업의 자금 조달에 구조적인 변화가 뚜렷하다는 분석이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 |
18일(현지시각) 컨설팅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일본 기업이 연초 이후 발행한 엔화 및 달러화 표시 회사채 규모가 1953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을 기준으로 2012년 기록한 사상 최대치인 1870억달러를 돌파한 수치다. 또 2016년 연간 발행액을 10% 웃도는 규모다.
특히 달러화 표시 채권의 발행이 급증하면서 전반적인 발행시장의 외형을 확대했다. 올들어 일본 기업의 달러화 채권 발행액은 598억달러로 5년 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최근 아시아의 외화 표시 채권시장의 성숙기 진입 여부에 대한 논란이 후끈한 가운데 이번 지표는 미국과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왜소한 아시아 시장의 추가적인 성장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을 필두로 글로벌 주요국의 금리가 본격적으로 상승할 때 외화 표시 채권의 발행이 지속될 것인지 여부가 지켜볼 문제라는 의견이다.
최근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0.6% 선까지 오르는 등 주요 채권 시장 전반에 매도 공세가 두드러지면서 발행 비용이 뛰었지만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꺾이지 않았다는 데 투자자들은 의미를 두고 있다.
지난주 소프트뱅크가 45억달러에 달하는 정크 등급 회사채를 발행했고, 앞서 도요타가 35억달러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성공하는 등 메가딜도 꼬리를 물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는 일본 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앞으로 수 분기에 걸쳐 활황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외 인수합병(M&A)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만큼 발행 수요가 꾸준히 뒷받침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의 스즈키 료타 일본 채권 헤드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과거 일본 기업들은 달러화 자금이 필요할 때 은행 외화 대출에 의존했다"며 "하지만 조달해야 하는 자금의 규모가 커지면서 자본시장으로 발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정책 및 정치권 불확실성 역시 투자자들의 채권 수요를 부추겨 발행 증가에 힘을 보탠 것으로 풀이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