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세훈 기자] 당의 노선 정립과 인적 쇄신을 주도할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위원장 류석춘 연세대 교수)가 출범 2주째 별다른 성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당 노선을 놓고 혁신위원 간 불협화음으로 당 혁신 선언문 발표가 취소되는가 하면 '일베 권유', "틀딱들"('틀니를 딱딱 거린다'는 뜻의 노인층 비하 발언) 등 실언이 나오며 혁신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혁신위원회 '삐걱'…불협화음 터져 나와
혁신위는 애초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밝힌 "육참골단(肉斬骨斷, 자신의 살을 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의 혁신"을 목표로 전권을 위임 받아 출범했다. 그러나 홍 대표의 바람과는 달리 출범한 지 2주가 지났지만 '당 혁신 선언문'조차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류석춘(왼쪽 여섯번째) 혁신위원장을 비롯한 혁신위원들이 첫 회의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조성환, 유동열, 김광래, 이우승 위원, 류 위원장, 황성욱, 최해범 위원, 이옥남 대변인. <사진=뉴시스> |
혁신위가 무기력하다는 비판을 받는 가장 큰 원인은 위원회 내부의 불협화음이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혁신위는 '서민중심경제'라는 문구를 두고 노선 대립을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선언문 발표를 돌연 취소했었던 혁신위는 전날 비공개회의에서도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진보 성향의 최해범 사회민주주의연대 사무처장은 '서민중심경제'를 선언문에 넣어야 한다고 했으나, 일부 위원들은 당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며 '서민경제 활성화' 등을 사용하자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사무처장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서민중심경제' 문구가 빠지면 거취를) 다시 생각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친박(친박근혜) 청산'과 '바른정당 복당파 의원 처벌'등 인적 쇄신 방법론을 두고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육참골단'을 목표로 출범한 혁신위가 살만 내준 채 뼈는 얻지 못하는 '빈손'으로 끝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들이다.
◆ 류석춘 위원장 "일베하세요" 논란 증폭
홍준표 대표가 전권을 위임한 류석춘 혁신위원장의 행보도 논란거리다.
류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대학생·청년 간담회에서 "내가 아는 뉴라이트만 해도 일베(일간베스트) 하나밖에 없다"며 "일베 하세요. 일베 많이 하시라"고 권유했다.
보수 사이트로 알려진 '일베'는 그동안 세월호 피해자 및 유족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거나 걸그룹 살해 협박, 성폭행 협박 등의 게시물을 올리는 등 혐오 발언을 양산해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 혁신의 지향점은 결국 일베인 것이냐"고 비판했다.
류 위원장의 노인 혐오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같은 자리에서 “한국당은 ‘틀딱들’ 지지를 받는데 바른정당은 젊은 보수의 지지를 비교적 많이 받는 것 같다”고 비교했다.
한국당을 변화시키라는 특명을 받은 혁신위원장이 보수 진영 내에서조차 비판을 받는 '일베'와 노인 폄하 발언 등을 여과 없이 사용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 당 로고 변경…하태경 "종북 피해망상증"
혁신위 내부에선 현재 당 로고인 ‘횃불’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당은 지난 2월 횃불 로고가 ‘자유의 역동성’ ‘활력’ ‘추진력’ 등을 의미한다고 설명했지만 북한의 주체사상탑과 김일성 봉화탑을 닮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에 휘말렸다.
혁신위의 제안이 받아들여진다면 한국당은 당 로고를 각진 횃불 모양으로 바꾼 지 5개월여 만에 또 다시 로고를 바꾸게 된다.
<사진=뉴시스> |
바른정당은 혁신위원회의 혁신 방향이 구시대적인 이념 대결이라고 비판했다.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혁신위원들은 종북 피해망상증이라는 일종의 정신병에 걸렸다"며 "보수의 전진, 보수 개혁을 가로막는 가장 큰 병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위 인적 구성이 개혁을 추진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번 혁신위는 너무 보수적이고 대중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인사도 없다"며 "뭘 만들어낼 수가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윤 실장은 "위원장 개인의 생각이나 역량에 좌지우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조세훈 기자 (ask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