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범준 기자] 13일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그치치 않고 있다. 이번 주 내내 전국 곳곳에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늦여름 장마'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 남부 지방에 국지적으로 100mm 안팎의 비가 내리다가 전날인 15일(광복절)에는 비구름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중부 지방은 78.2㎜, 남부는 72.8㎜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비는 오늘(16일) 낮 동안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이날 저녁부터 목요일(17일)까지 다시 전국적으로 비가 오겠다. 금요일(18일)은 중부 지방에만 내릴 전망이다.
이번 비는 마치 장마가 다시 찾아온 것처럼 길게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는 지난 6월24일 제주도를 시작으로 중부 지방에 국지적으로 많은 비를 뿌린 후 지난달 29일 끝났다.
통상 장마기간 이후에는 세력이 강해진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치며 늦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게 된다.
지난 15일 일기도와 16일 예상일기도 비교. 서해상에 위치한 저기압(L)의 이동이 거의 없고 그대로 머물러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기상청] |
하지만 서해상에 비정상적으로 발생해 오랜시간 머물고 있는 저기압으로 인해 장마와 같은 이례적인 비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기상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6일 오전 10시 기준 한반도 지역 '수증기영상'. 서해상에 발달한 많은 수증기가 중부 지방까지 퍼져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료=기상청] |
기상청 관계자는 "서해에서 정체하고 있는 저기압이 상승기류를 일으키고 비구름대를 발달시켜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 하층의 제트바람 역시 폭우의 요인이다. 서쪽의 따뜻하고 습한 바람이 서해상에 위치한 저기압에 불어 들어가면서 비구름이 더욱 강해지는 것. 대기 상층 역시 기압골이 지나면서 서해상의 저기압을 키우는 양상이다.
이용희 기상청 수치자료응용과장은 "올해 여름철은 예년보다 열역학적으로 불안정해 갑자기 구름이 발달하고, 대기 중 수증기가 예년보다 많은 것이 특징"이라면서 "구름이 높이 발달한 '웅대적운'이 많았던 만큼 곳곳에 집중호우가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장맛비가 과거 폭넓은 비구름 띠 형성으로 전국적으로 넓게 내렸던 것과 달리, 요즘은 좁고 높은 구름의 잦은 발달로 인한 집중호우 경향이 강해지면서 일반적인 장마와 국지성 호우의 구분이 모호해졌다.
이에 시민들이 여름철 여러 날 계속해서 내리는 비를 모두 장맛비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지자, 기상청은 최근 "여름철 기단이 변화할 때 오는 비를 모두 '장맛비'로 부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현재까지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는 경우에만 장마라고 명칭해 왔다.
[뉴스핌 Newspim] 김범준 기자 (nun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