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살충제를 전혀 사용하면 안 되는 '친환경 농장'에서 살충제를 관행적으로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두 배나 가까이 비싸게 주고 사먹은 '친환경 계란'이 사실은 일반 계란과 다름없었던 셈이다.
정부는 이 같은 사실을 적발하고도 실태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사태축소 의혹'이 제기됐다. 기준치 이하의 경우 일반 계란으로 유통하면 문제가 없다는 안일한 인식 때문이다.
16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이날 오후까지 이른바 '살충제 계란'이 검출된 농장은 모두 6곳으로 집계됐다(표 참고). 적발된 6곳 중 경기도 양주 신선2농장을 제외한 5곳은 모두 '친환경 농장'으로 드러났다.
◆ 살충제 남용한 '친환경 농장'에 면죄부…알고도 비공개
농식품부는 이날 오전 대규모 농장 243곳 중 2곳의 농장에서 '부적합 계란'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강원도 철원군의 친환경농장(09지현) 1곳에서 사용이 금지된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됐고, 경기도 양주의 일반농장(08신선) 1곳에서 기준치(0.01mg/kg) 이하로 허용된 비펜트린 성분이 검출됐다.
(자료: 농림축산식품부·식약처, 2017년 8월16일 오후 4시 현재) |
하지만 농식품부는 살충제 등 농약을 전혀 사용할 수 없는 친환경 농장의 경우 비펜트린이 기준치 이하로 검출된 내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기준치 이하의 경우 건강상의 문제가 없기 때문에 '친환경 계란'이 아닌 일반 계란으로 유통시키도록 행정조치를 할 요량이었다.
허태웅 농식품부 식품정책실장은 "기준치 이하의 비펜트린은 건상에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친환경 농장이라도 일반 계란으로 유통할 경우 규정상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동안 두 배 가까이 비싼 값을 주고 '친환경 계란'을 사먹은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분통을 터뜨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이들 친환경 농장에서 양심적으로 일반계란으로 판매했을 거라고 믿는 소비자도 거의 없을 것이다.
특히 이들 농장은 2000만~3000만원까지 정부의 지원금을 받았다는 점에서 소비자를 두 번 속인 셈이지만, 정부가 실태를 알면서도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정부 "건강에 문제 없어"…적발하고도 쉬쉬 '사태 축소'
정부가 이처럼 소비자 입장에서 분통을 터뜨릴만한 사실은 공개하지 않은 것은 사태를 축소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차검사 대상 243곳 중 2곳을 포함해 현재까지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장은 총 6곳이다. 이들 농장에서 사육하는 산란계는 65만3700 마리로 전체(약 4000만 마리)의 약 1.6%에 불과하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사진=농식품부> |
하지만 비펜트린이 기준치 이하로 적발된 친환경 농장까지 문제가 될 경우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정부는 현재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전수조사 결과를 국민에게 소상하게 알려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 달라"고 지시했지만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는 사태를 축소할 궁리만 한 셈이다.
김영록 장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비펜트린은 기준치 이하로 사용할 경우 건강상의 문제가 없다"며 친환경 농장의 실태를 간과했다.
정부의 사태축소 의혹이 제기되자 농식품부는 친환경 농장의 살충제 검출 현황을 사실대로 공개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허태웅 실장은 "기준치를 감안해 부적합한 농장 현황을 집계해서 다시 확인해야 한다"며 "다시 파악해서 세부 현황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