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봄이 기자] "난 무서워서 못 사겠다."
17일 오전 서울에 있는 한 대형마트. 장을 보러 온 시민들은 서로 계란을 살지 말지 고민하며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계란 진열대 앞에서 모르는 이들이 서로 정보를 나누기도 했다.
전날 오전과 달리 계란 진열대에는 다양한 제품들이 가득 차 있었다. 포장지엔 평상시와 같이 '1등급란', '친환경 유정란', '동물복지 유정란' 등 제품 안전을 강조하는 단어들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17일 서울에 한 대형마트에서 계란을 판매하고 있다. 계란 진열장이 가득 채워진 모습 <사진=뉴스핌> |
진열대 옆에는 '현재 판매되고 있는 계란은 정부 주관하에 실시된 살충제 검사를 통과한 상품이다. 안전성이 인증된 계란이오니 쇼핑에 참고하길 바란다'는 안내 문구가 걸려 있었다.
서울 구로구에 거주하는 60대 한 남성은 "아침에도 살충제 계란이 또 나왔다는 뉴스를 봤는데 아직 조사가 안 끝난 거 아니냐"며 "이렇게 벌써 마트에서 계란을 팔아도 되는건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그는 "당연히 당분간 계란을 살 생각이 없다"고도 했다.
그 자리에서 계란을 들었다 놨다 반복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약 15분 동안 계란을 구매한 사람은 두 명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잠시 멈춰서 계란을 훑어보고 가격을 살피긴 했지만 장바구니에 담는 이는 드물었다.
어떤 사람은 장바구니에 담았던 계란을 다시 제자리에 가져다 놓기도 했다. 친구와 함께 마트에 들렀다는 50대 여성은 "마트에서 계란을 다시 판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벌써 먹어도 될지 불안하다"면서 "가격도 더 비싸진 것 같다"고 말했다.
계란 가격은 공급처에 따라 차이가 있었으나 평균적으로 친환경 유정란(15개입)은 6000원대, 일반 일등급란은 4000원대였다. 일부 제품은 3000원대에 할인 판매가를 붙여 놓기도 했다. 마트의 PB(자체개발)상품 계란도 진열돼 있었다.
현재 이마트·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는 계란 판매를 중단한 지 하루 만인 어제(16일) 오후, 판매 재개를 결정한 상태다. 마트에 계란을 공급하는 농가들이 정부 조사 결과 대부분 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것. 이마트는 우선 적합 판정을 받은 80% 농가 제품에 대해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마트도 50개 납품업체 가운데 우선 조사를 통과한 20개 업체에서 공급하는 계란을 판매하고 순차적으로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홈플러스는 아직 판매 중단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오후 방문한 매장에도 계란 진열대는 텅 빈 모습이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소비자 편의 등을 고려했을 때 안전성이 확실히 검증된 상품들은 순차적으로 판매를 시작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정부 조사 결과 살충제 성분 검출이 추가적으로 발표되고 있기 때문에 업계에서도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7일 대형마트 계란 진열대가 텅 비어있다.<사진=뉴스핌> |
[뉴스핌 Newspim] 장봄이 기자 (bom22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