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이홍규 기자]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공격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선진국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 정상화 계획에도 불구하고 자본 유출 위험이 예전보다 낮아졌고 물가 상승 압력도 줄어 들어 통화 완화 정책을 펼치기에 수월한 환경이 됐기 때문이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올해 남미를 중심으로 신흥국들의 기준 금리가 급격히 하락했다. 올해 들어 브라질 중앙은행은 5차례에 걸쳐 금리를 총 4.5%포인트(p) 인하해 정책 금리를 9.25%로 내려놨다. 콜롬비아와 페루는 각각 6차례, 2차례의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들의 정책 금리는 현재 각각 5.5%, 3.75%를 기록 중이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인 뱅크 인도네시아(BI)도 지난 22일 작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인하해 정책금리를 4.5%로 내려놨고 인도중앙은행(RBI)도 이달 초 정책 금리를 6년 만에 최저치인 6%로 내렸다. 지난 7월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기준금리를 5년 최저치인 6.75%로 인하했고, 러시아는 지난 6월 9%로 기준금리를 내렸다. 중국을 제외한 브릭스(BRICS) 국가들이 일제히 통화 완화 모드에 들어간 셈이 됐다.
금리 인하는 이들 국가의 물가상승률이 둔화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장기간 고물가에 시달렸던 브라질의 물가상승률은 지난 7월 연간으로 2.7%를 기록했다. 18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떨어진 것이다. 작년 말 1kg 당 12레알을 기록했던 콩 가격이 4~5레알로 하락하면서 물가 하락을 주도했다. 브라질 국립통계원에 따르면 브라질의 국내 농작물은 풍작을 거뒀지만 경제가 침체되면서 소비가 줄었다. 이는 식료품 시장의 둔화로 이어졌다.
인도의 물가상승률 역시 식품 가격 하락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인도 중앙은행이 오는 12월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달러화 약세 등의 요인을 감안하면 물가가 다시 급등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자본 유출 위험이 크지 않은 점도 금리 인하를 가능케 한 요인이었다. 많은 시장 참가자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 대차대조표 축소 등 통화 정책 정상화 경로를 천천히 밟아갈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작년 12월 이후 신흥국들은 매달 채권과 주식을 통해 자금 유입세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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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