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이홍규 기자] 도시바가 미국 투자펀드 베인 캐피탈이 이끄는 '한미일 연합'에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 메모리를 매각하기로 했다. 협력 업체 미국 웨스턴 디지털(WD) 진영 측이 내놓은 방안도 조사했지만 매각 조건 면에서 합의를 본 한미일 안을 결정한 것이다. 다만 인수 자금 확보 등 최종 계약을 맺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도시바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되도록 이른 시간 내에 최종 계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최종 계약이 맺어지면 WD 컨소시움과 대만의 홍하이정밀공업 등 두 진영과의 협상은 종료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 외에도 미국 애플과 델이 인수에 참여한다. WD와 소송 분쟁이 해결되면, 민관 펀드 산업혁신기구(INCJ)와 일본 정책투자은행(정투은)도 출자할 계획이다. 일본의 주요 은행도 대출을 제공하는 형태로 참여한다. 한미일 연합 측이 도시바 메모리 인수를 위해 제시한 금액은 약 2조엔에 달한다.
도시바도 경영권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도시바 메모리 주식의 일부를 보유한다는 방침이다. 의결권 기준으로는 일본계 지분이 절반이 되도록 한다.
지난 19일 미국 투자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을 주축으로 하는 KKR·WD 진영은 반격을 도모하기 위해 새 양허안을 제시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관계자를 인용, WD가 도시바 메모리 의결권을 포기하기로 했다면서 KKR·WD 진영에 매각하는 방향으로 도시바가 기울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신문은 "향후 의결권을 둘러싸고 WD는 타협을 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도시바가 한미일 연합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남은 시간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도시바의 주거래 은행은 회사에 이달 중 최종 계약을 맺을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KKR·WD와 계약서 작성에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매각 조건 등에서 이미 상당 부분 합의를 본 한미일 연합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도시바는 조기에 최종 계약 체결을 체결한다는 방침이지만, 애플 등의 방침이 명확하지 않아 최종 계약 체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또 지난 6월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가, 다시 WD 진영과 협상을 하는 등 도시바가 이번 매각 건을 두고 '갈지(之) 자' 행보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한미일 연합 측의 인수 성공을 예단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앞서 도시바는 지난 6월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으나 협력 업체인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매각 중지 가처분신청을 내놓으면서 협상이 무산된 바 있다.
한미일 연합에 매각될 경우, WD과 분쟁이 어떻게 결론날 지가 초점이 대상이 된다. 또 2017 회계연도 말인 내년 3월 말까지 매각 절차가 완료될 지도 관심이다. 최종 계약을 맺은 뒤 각국의 반독점 심사에 들어가는데, 2018년 3월말까지 반독점 심사를 포함한 매각 절차를 완료하지 못하면, 도시바는 2년(회계연도 기준) 연속 자본 잠식을 피할 수 없어 상장 폐지될 수 있다. 중국의 반독점 심사가 얼마나 걸릴 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