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광연 기자] 이동통신3사가 보편요금제 도입 불가를 통신비 인하 마지노선으로 내세웠다. 연간 2조원을 넘는 영업이익 감소 부담이 크고 헌법상 권리인 기업의 경제상 자유와 창의존중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여전히 사회적 논의기구를 통해 보편요금제 도입 여부를 검토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는 보편요금제 도입만큼은 막겠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2일, 이런 취지의 입장서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영민, 과기정통부)에도 전달한 상태다.
보편요금제는 2만원대 요금으로 1㎇ 수준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으로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이를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6월 대표 발의한 상태다. 과기정통부 역시 보편요금제 도입 여부를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다루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통3사가 보편요금제 도입 절대불가를 강조하고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수익 감소 폭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보편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현행 3만원대 이하의 모든 요금제가 2만원대로 강제 하향 조정되기 때문이다.
이통3사 로고. |
증권가 보고서에 따르면 보편요금제 도입에 따른 이통3사의 영업이익 감소는 연간 2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이미 적용된 요금할인율 25% 상향(2018년 기준 -3000억원)과 11월 시행 예정인 취약계층 요금감면(2018년 기준 -4300억원)과 비교할 때 5배 이상이다.
지난해 3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통3사는 향후 4조원대 수준의 영업이익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감안할 때 요금할인율 25%에 이어 취약계층 요금감면, 그리고 보편요금제까지 도입될 경우 전체 영업이익 규모는 1조원 수준으로 급감한다.
25%까지 줄어드는 영업이익은 5G와 사물인터넷(IoT), 스마트카 및 인공지능(AI) 등 이통3사가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신사업 투자 여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3사 모두 보편요금제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을 드러낸 이유다.
보편요금제 도입을 위해서는 관련 법개정이 필요하다. 여야가 도입 필요성을 함께 주장하고 있는 단말기 완전자급제와 달리 진보성향 야권 일부에서만 강조하고 있어 일단 이통3사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영업이익 손해가 막대해 요금할인율 25% 상향 당시 꺼냈던 법적대응 카드도 조심스럽게 만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먼저 도입될 경우, 중복 규제 측면에서 보편요금제 도입 주장이 힘을 잃은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단말기 판매와 통신 서비스 가입을 분리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자연스러운 시장 경쟁을 유도해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관건은 사회적 논의기구다. 정부는 보편요금제와 단말기 완전자급제 등 논란의 여지가 있는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을 이달말 구성이 유력한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다루겠다는 방침이다.
이통사, 소비자단쳬, 관련 전문가, 협회 등 관계자 15명 내외로 구성되는 사회적 논의기구는 논의결과를 국회 상임위에 보고한다. 결과 자체를 곧바로 정책화하는 건 아니지만 입법과정에 참고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에 향후 통신비 인하 정책의 방향성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통사 관계자는 “영업이익 감소액 때문만이 아니라 정부 개입이 민간 사업자 가격 결정이라는 시장 원칙을 위배하고 사업자 요금 설정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라며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과 관련해 참여자 선정 등 정부 요청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정광연 기자(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