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히든스테이지
주요뉴스 newspim

아베의 일본, '전쟁가능국가' 우려 고조…전문가들 "일단 지켜봐야"

기사등록 : 2017-10-25 14:23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조진구·김충식 "한일관계·동북아 정세 큰 변화 없을 듯"
평화헌법 개헌하면 유사시 자위대 한반도 진입 가능

[뉴스핌=노민호 기자] 지난 22일 열린 총선에서 압승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추진하겠다는 '보통국가 일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물론 동북아시아 국가들도 아베 총리가 구상하는 개헌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요컨대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 일본의 등장은 북핵위기를 중심으로 '한미일 대 북중러'로 얽혀있는 현 동북아 구도에서 과도한 군비경쟁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아베 총리가 주도하는 일본의 우경화가 과거사와 독도 문제 등으로 오랜 기간 갈등을 빚어온 한일관계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뉴스핌이 25일까지 일본 총선이 한일관계 등에 미칠 영향을 취재하기 위해 만난 국내 일본 전문가들은 일단 지켜봐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3일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중의원 선거 압승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사진=AP/뉴시스>

전문가들은 먼저 이번 일본 총선 결과에 따른 큰 파장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북한 문제에 대한 한일관계 공조 체계도 유지될 것이며, 동북아 정세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도쿄대에서 국제정치를 전공하고 법학박사학위를 받은 조진구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는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아베 총리의 압승으로 핵·탄도미사일 등 북한 문제를 두고 한·일 양국 간 협력의 공간은 더욱 넓어졌다고 본다"며 "다만 대북 인도적 지원 등에 있어 양국의 현 입장은 조금 다르지만 이 때문에 충돌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가 오는 12월까지 '위안부 TF(태스크포스)'를 통해 검증한다고 한 만큼, 일단 TF의 결과 발표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그것이 관건일 것 같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아베의 일본이 '동북아 정세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현 구도가 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특히 19차 당대회를 마친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2기' 출범이 우선이기 때문에 일단 지켜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본 도쿄대학교 객원교수를 역임한 김충식 가천대 대외부총장은 "일본이 개헌을 하게 되면 곧 '전쟁 위협'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것은 지나친 걱정"이라면서 "다만 일본의 개헌 움직임은 반일 감정에 더욱 불을 지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총장은 "최근 일본에서 출판된 책과 TV에 나오는 논객들의 주장을 종합해 보면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 불가능한 시대에 도래했다'는 내용으로 압축할 수 있다"면서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와 같이 중일 영토 문제가 현존하는 상황에서 중국을 건드릴수록 일본이 자가당착에 빠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아베 총리가 개헌을 밀어붙이더라도 '국민투표 장벽'에 부딪힐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조진구 교수는 "국민투표에서 과반수의 찬성을 얻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개헌은 여러 가지 쟁점이 있기 때문에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때문에 아베 총리는 아마도 내년 자민당 총재 선거까지 상황을 좀 더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김충식 부총장은 "개헌이라고 하는 게 한국에서 보는 것처럼 일사천리로 될 것 같지는 않다"며 "일본 내부에는 반세기전 패전으로 엄혹한 개헌 반론도 존재하고, 반전(反戰)에 대한 목소리도 높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일본 평화헌법 개헌 절차는…유사시 자위대 한반도 진입 가능

아베 총리의 압승으로 귀결된 일본 총선 이후 일본의 평화헌법 개헌에 대한 우려가 높은 이유는 연립여당인 자민·공명 연합이 전체 465석 중 312석을 차지하며 단독으로 개헌 발의가 가능한 기준선 310석을 넘겼기 때문이다.

개헌에 긍정적인 보수야당 희망의당(49석)과 일본유신회(10석)까지 합치면 범개헌 세력은 더욱 늘어난다.

이에 아베 총리가 추진하고자 하는 '평화헌법 9조 자위대 존재 명기'가 실제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평화헌법 9조 1항은 전쟁과 무력행사 포기, 2항은 육·해·공군 및 기타 전력을 보유하지 않고 교전권도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민당은 이번 선거의 핵심 공약 중 하나로 개헌을 제시하면서도, 평화헌법 9조 1항과 2항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아베가 1항과 2항을 건드릴 여지를 남겨놨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일본 헌법이 규정한 개헌 절차는 ▲개헌안 마련→ ▲중·참의원 본회의 표결→ ▲국민투표(투표자 과반 이상 찬성 필요)→ ▲공표 등의 과정을 거치게 돼 있다.

 

만약 아베 총리가 구상하는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의 개헌이 이뤄진다면 일본은 대북 군사 옵션을 실시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 가능을 의미한다.

[뉴스핌 Newspim] 노민호 기자 (noh@newspim.com)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