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중국 기업들의 단기물 달러화 표시 회사채 발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중국 정부의 자본 규제가 초래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만기 도래하는 기존 회사채를 상환하기 위해 자금 조달이 다급한 상황을 반영하는 단면으로 해석된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 |
26일(현지시각) 회계 컨설팅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연초 이후 중국 기업이 발행한 만기 1년 이하 달러화 표시 회사채 규모가 4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9000만달러와 2015년 5000만달러에서 대폭 늘어난 수치다. 또 대부분의 회사채 만기가 364일 혹은 363일로, 1년을 넘기지 않으려는 의도가 뚜렷하게 확인됐다.
중국 정부가 기업과 가계의 과도한 부채를 억제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한 데 따른 기업들의 ‘꼼수’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만기 1년 미만의 단기물 채권을 발행할 경우 중국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에 보고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NDRC는 모든 중국 기업들에게 해외 자금 조달 계획을 보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행정 절차가 지연되기 일쑤인 데다 예기치 않은 상황이 종종 벌어지자 기업들이 빠져나갈 통로를 모색하는 움직임이다.
우량 회사채는 물론이고 정크 본드의 미국 국채 대비 수익률 프리미엄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1년 미만의 단기물 채권을 발행하기 위한 쿠폰 금리는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실제로 백화점 업체인 마오에 인터내셔널 홀딩스는 3억달러 규모의 364일 만기 회사채를 쿠폰 금리 7%에 발행했다. 부동산 업체 모던 랜드 역시 단기물 회사채를 6.5%의 금리에 발행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발행한 3년 만기 회사채 금리인 6.875%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수치다.
부동산 개발업체 그린랜드 홍콩 홀딩스의 경우 364일 만기 회사채를 쿠폰 금리 4.5%에 발행해 지난해 발행한 모든 회사채의 평균 수익률 4.35%를 웃도는 비용을 치렀다.
일반적으로 채권 만기가 길수록 투자자들이 감내해야 하는 리스크가 높기 때문에 높은 쿠폰 금리가 요구되지만 이례적인 상황이 전개된 셈이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은 다소 높은 비용을 치르더라도 정부의 규제를 피하는 쪽을 택하고 있다.
싱가포르 소재 크레디트사이트의 옌 친 청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해외에서 발행한 기존의 회사채 만기가 가까워지면서 원리금 상환에 쫓기는 기업들이 다급하게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상황은 중국 기업들의 절박한 실정을 드러내는 단면”이라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