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겨레 기자] 박도형 모닛 대표는 6살, 4살 두 딸을 둔 아빠다. 늦깍이 초보아빠인 그는 퇴근 후 둘째를 재우기 위해 아기띠를 둘러매고 몇시간이고 집안을 서성거렸다. 결국 허리통증으로 119에 실려가기까지 했다. 열흘 남짓 입원해있으면서 박 대표는 생각했다. "뭐가 문제지? 육아를 왜 이렇게까지 힘들게 해야 하나?"
박도형 모닛 대표 <사진=김겨레 기자> |
◆전쟁같은 육아, IoT로 '돌파구'...기저귀 센서 개발
'모닛'은 삼성전자 사내벤처 'C랩' 출신 스타트업이다. 전쟁같은 육아를 겪은 아빠들이 직접 스마트 육아용품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근무하던 박 대표가 사내 아이디어 제안 대회에서 '스마트 아기띠'를 내놔 우승한 것이 계기가 됐다.
모닛은 2016년 초 C랩 과제로 선정, 팀원 6명이 모여 대소변 여부를 알려주는 기저귀 센서와 공기질 측정 허브를 개발했다. 모닛 6인방은 올 4월 삼성전자 C랩에서 독립했다.
기저귀 센서 역시 육아 고충에서 비롯된 아이디어다. 박 대표는 아기를 돌보며 기저귀를 수시로 확인해보긴 했지만, 그렇다고 5분에 한번꼴로 확인해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대변 기저귀를 갈지 않고 10분만 놔둬도 독이 올라 아기 피부에 발진이 올라오거나 심하면 몸속으로 들어가기까지 했다. 기저귀 발진이 나을 때까지는 1~2주동안 기저귀를 아예 쓰지도 못했다. 이때는 용변을 치우랴, 닦으랴 일이 두 세배가 됐다.
모닛 기저귀 센서 <사진=모닛> |
기저귀 센서는 온·습도, 가스 등 다섯가지 센서를 내장해 아기의 대소변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아기가 용변을 보면 양육자를 비롯해 최대 5명의 스마트폰으로 알림을 준다.
기저귀 센서의 정확도는 90%에 달한다고 한다. 공기질 측정 허브도 원리는 비슷하다. 유모차나 카시트 등 아기 주변에 센서를 부착해두면 온도를 비롯한 공기 질을 파악할 수 있다.
모닛의 가장 큰 고객은 아기를 맡기고 일하는 워킹맘들이다. 양육자가 제때 기저귀는 갈아 주는지, 아기 주변 환경이 어떤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박 대표는 "그동안 육아는 엄마의 사랑과 희생으로 해결해야한다는 인식이 컸다. 하지만 엄마도 사람이다"며 "육아를 피할 수 없다면 그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보수적인 육아 시장, 4차산업 물결 올 것"
모닛이 가장 신경쓴 점은 안전성이다. 육아용품 시장은 친환경·유기농 제품 등 극도로 보수적이다. 모닛은 KC인증과 전자파 인증을 받아 아기에게 써도 무해한 기기임을 입증했다.
박 대표는 "기존에는 '스마트 육아'라는 말 자체가 없었을 정도로 변화에 대해 보수적이인 시장이었다"며 "하지만 10년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스마트폰 쓰는 사람들을 신기하게 봤던 것처럼, 어떤 시점에서는 육아용품 시장도 급속도로 IoT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닛은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중국은 오랜 '1가구 1자녀' 정책으로 한 아이에게 아낌없는 투자를 하는 문화가 형성돼있다.
2016년에만 중국에서 1786만명이 새로 태어났다. 맞벌이 부부도 늘어나는 추세다. 그만큼 시장이 크다는 뜻이다. 노인이나 장애인 등 요양 비즈니스쪽로도 기회가 열려있다.
박 대표는 "독립하기 전 C랩에서부터 끊임없이 스마트 육아용품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그래서 자신있게 (삼성전자에서) 나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의 안전장치가 잘 돼있기도 하다. 2년 연봉을 창업 장려금으로 지급하고, 독립 후 5년까지는 다시 돌아갈 수 있다.
모닛의 비전은 '육아계의 안드로이드'가 되는 것이다. 박 대표는 "아기의 생활 전반을 관리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며 "스마트 육아의 판을 깔아주고, 이후에는 육아 데이터를 모아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겨레 기자 (re97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