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성수 기자] 하비 웨인스타인, 빌 오라일리, 로이 프라이스, 케빈 스페이시. 최근 미국 영화계와 방송계에서 성추문 문제로 물의를 일으킨 사람들이다.
월가에서도 성희롱 문제는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7일 미국 투자매체 배런스는 성희롱 사건이 터진 기업들은 주가에서도 부정적 영향을 받기 때문에 주요 투자은행(IB)들도 투자를 꺼린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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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 불평등 적은 기업이 주가 안정적으로 오르더라"
모간스탠리 매터혼그룹의 이브 엘리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성희롱 문제 등으로 고소 등 사건이 벌어진 기업들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밝혔다. 캘버트 리서치 앤 매니지먼트도 성추문에 휘말린 기업들을 의도적으로 투자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
성희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방치하는 회사들은 능력 있는 직원들을 유지하기 어렵고, 대외적으로도 이미지가 하락해 매출과 순익이 감소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반면 성희롱 문제가 적고, 성 평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있는 기업들은 주가가 더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간스탠리가 전산업에 걸쳐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여성 직원의 고위직 진출에 제약이 없고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연봉을 받으며 ▲'다양성 존중'과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사내 정책을 실시하는 기업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주식의 투자 수익률이 더 높은 반면 변동성은 더 낮았다.
성별 다양성이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고객 만족, 재능 있는 직원들의 이탈 방지, 위험 관리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캘버트 리서치 앤 매니지먼트의 스투 댈하임 디렉터는 "많은 기업들이 많은 위험을 안고 있음을 투자자들도 이해하고 있다"며 "기업 이사회는 인적 자원을 운용하는 데 있어 규정을 더 엄격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도 기업과 이사회가 (문제 해결을 위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캘버트 리서치 앤 매니지먼트는 미국 자산운용사 이튼밴스에 속해 있다. 이튼밴스는 투자할 종목을 선택할 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요소들을 고려한다.
이른바 ESG 투자라고도 불리는 이 방식은 산업 전반에 걸쳐 최고의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방침을 갖춘 기업을 적극적으로 찾아 투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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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늦다…시스템 만들어야"
전문투자자 그룹이 성희롱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기업들에 관련 시스템을 만들도록 건의하는 경우도 있다.
조합 연기금에 자문을 하는 CtW 인베스트먼트 그룹은 최근 21세기 폭스에 보낸 서한에서 ▲회사의 인적자본 운용 방침을 검토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고용하고 ▲이사회에서 여성의 참여 비중을 높이며 ▲회사 임원을 지명하는 데 정확한 시간 제한을 정할 것을 요청했다.
특히 CtW 인베스트먼트 그룹은 폭스뉴스가 성희롱 문제로 인해 재무와 규제, 평판 측면에서 치르게 되는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폭스뉴스는 로저 에일스 전 회장이 성희롱 소송으로 불명예 퇴진한 데 이어 간판 앵커인 빌 오라일리까지 성추문이 터지면서 대형 광고주들이 광고 중단을 선언하는 등 경제적 타격을 입게 됐다.
RBC 글로벌 자산운용의 하빕 숩잴리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성희롱 문제를 비롯한 사내 위험을 관리하는 것에 대해 회사 경영진과 상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만약 경영진이 법적인 대답만 늘어논다면 굉장히 실망스러울 것"이라며 "회사에서 성희롱 문제를 용인하지 않는다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이건 사내 경영진이 직원들을 신경 쓰고 육성하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언제나 여성만이 성 불평등의 피해자 입장에 놓인 것은 아니라고 배런스는 전했다. 최고경영자(CEO)가 마리사 메이어로 여성이었던 야후에서는 두 명의 남성 직원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었다. 업무 평가에서 여성 직원이 가점을 받는 등 남성이라는 이유로 역차별을 당했고, 회사에서 부당하게 해고됐다는 이유에서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