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연내 마무리하려했던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유상증자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채용비리 의혹으로 우리은행장이 공석이 되면서 차질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KT 다음으로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케이뱅크의 2대주주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현재 우리은행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무자들과 접촉은 꾸준히 하고 있지만 행장 공백이 유상증자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
우리은행은 연내 예정했던 주요 현안 대부분을 연기한 상황이다. 예금보험공사의 우리은행 잔여지분 매각, 지주회사 전환 등의 사업도 모두 중단됐다. 검찰의 수사도 부담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7일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 검찰의 전방위 압수수색을 받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부행장급의 임기가 대부분 연말이라 차기 행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우리은행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며 “현재 우리은행의 모든 관심사는 차기 행장 선출에 맞춰지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의 한 광고판에 케이뱅크의 광고물이 부착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
이런 상황에 가장 속이 타는 것은 케이뱅크다. 케이뱅크는 지난 9월 1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어렵게 마무리하며 연내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예고했다. 1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서 8개 주주사의 실권주가 발생하고 이를 인수하기 위해 MDM이라는 제3의 주주를 새로 영입해야했다. 이후에도 채워지지 않은 132억원은 종류주(무의결권 전환주)로 추가 발행해야했다.
우리은행은 이 과정에서 KT 다음으로 많은 지분을 받아갔다. 우리은행은 지난 9월 유상증자 과정에서 보통주 160만주와 종류주 134만주를 배정받았다. 케이뱅크 입장에서는 은산분리 규정으로 인해 지분 확보에 제한이 있는 KT보다는 우리은행의 지분참여에 대한 기대가 높을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은행의 적극적 참여 없이 순조로운 유상증자가 어렵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아직 BIS자기자본비율에 여유가 있어 오는 12월까지 꼭 유상증자를 마무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은행장이 공석이더라도 유상증자 자체는 잘 마무리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차기 우리은행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리은행과 케이뱅크는 지난달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가장 많이 거론 된 곳 중 하나다. 케이뱅크 설립 및 출자 과정에서 ‘특혜성 승인’을 받았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 금융당국에서도 이 과정이 일부 부적절했다고 인정했다.
만약 새로운 은행장이 케이뱅크 유상증자에 미온적일 경우 케이뱅크의 자본조달 자체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차기 은행장에 정부의 입김을 받은 외부 인사가 선출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