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광연 기자]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스피커 각축전 2라운드에 돌입했다. 초기 시장을 주도했던 SK텔레콤(사장 박정호), KT(회장 황창규) 등 이통사들에 네이버(대표 한성숙), 카카오(대표 임지훈) 등 포털사들이 도전장을 던졌다. 멜론 검색 등 자사의 킬러 콘텐츠를 공격적으로 연동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기능 고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미니는 11월 중 2차 판매 개시를 계획하고 있다. 구체적인 날짜는 현재 조율 중”이라며 “2차 판매부터는 물량 확보 여부에 따라 중단없이 계속 판매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라고 13일 밝혔다.
후발주자지만 카카오미니의 인기는 경쟁 제품에 비해 오히려 뜨겁다. 지난 9월 18일 예약판매 3000대가 38분만에 모두 팔린 데 이어 7일에는 정식판매 9분만에 1만5000대가 완판됐다. 출시 하루만에 1만대를 판매한 네이버 ‘프렌즈’를 압도하는 기록이다.
카카오는 자사의 핵심 서비스인 멜론과 카카오톡을 앞세워 카카오미니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카카오미니. <사진=카카오> |
3분기말 기준 멜론의 유료가입자수는 440만명으로 시장 점유율 60%를 차지하고 있다. 멜론 정기 결제 이용자에게 스피커 가격 58%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신규 멜론 가입자에게도 동일한 혜택과 멜론 스트리밍 클럽 23% 할인 기회를 제공하는 카카오미니의 프로모션이 인기를 끌 수밖에 없는 구조다.
카카오는 카카오미니와 카카오톡 연동 및 택시 등 모빌리티 연동도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미니를 단순한 이벤트성 제품이 아닌 자사 주요 서비스를 탑재한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개인 SNS를 통해 “음성 인터페이스는 AI 스피커와 동의어가 아니다”며 “음성인식을 활용한 다양한 디바이스와 인터페이스를 사용하게 된다면 돈 버는 방법도 나올 것”이라며 AI 스피커를 계기로 한 추가 수익원 확보에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네이버는 넘버원 포털이라는 특색을 살려 방대한 검색 데이터와 최근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AI 기능을 강화해 시장을 공략하는 모습이다.
지난 8월 AI 스피커 웨이브를 출시, 두 차례의 사전판매로 8000대를 완판한 네이버는 10월부터는 라인프렌즈 캐릭터 디자인을 추가한 2차 라인업 프렌즈를 판매중이다. 정확한 판매량은 비공개다.
프렌즈. <사진=네이버> |
프렌즈의 정가는 12만9000원, 프로모션 가격은 9만9000원으로 카카오미니 정가 11만9000원, 프로모션 가격 4만9000원에 비해 비싸다. 하지만 음성인식 수준과 검색 정보 정확도 등은 한수 앞선다는 평가다. 11월 중 쇼핑이나 예약, 주문 기능 연동을 준비중이다. 네이버가 국내 ICT 기업 중 가장 공격적인 AI 기술 개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능 고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이밖에도 KT는 30만대 판매를 넘어선 ‘기가지니’를 IPTV 콘트롤 기능을 강화한 스마트홈 허브로 전략 육성중이며 SK텔레콤 역시 ‘누구’와 ‘누구미니’를 플랫폼 다각화 첨병으로 활용하고 있다. 점차 치열해지고 있는 AI 스피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능 차별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국내 주요 ICT 기업들이 AI 스피커에 집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음성인식 대중화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성인식 기술은 기존 검색이나 커머스, 결제 등의 편의성을 높여 수익성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꼽힌다. 여기에 AI 기술 고도화까지 가능해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고두보라는 분석이다.
문지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음성 인터페이스 시대에는 커머스 기능이 가장 중요하게 부각될 전망이며 기존 모바일 간편결제보다 음성결제가 더 직관적으로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며 “오프라인 침투를 통해 신규 매출 기회를 발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공지능 적용으로 플랫폿 지배력이 확대되는 것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정광연 기자(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