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성수 기자]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하면서 37년간 이어진 로버트 무가베의 독재 정권이 막을 내릴 전망이다. 무가베 대통령이 41세 연하인 부인 그레이스에게 권력을 물려주기 위해 에머슨 음난가그와 부통령을 숙청하자 군부가 무력 행동에 나선 것이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각) 짐바브웨 군부는 이날 오전 방송국, 국회 등 수도 하라레에 있는 주요 거점을 하나씩 장악하고는 "무가베 대통령과 부인 그레이스 무가베를 구금했다"고 밝혔다.
도심엔 탱크 여러 대와 병력이 배치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무가베 대통령 사저 인근의 한 주민은 "무가베 대통령의 집 쪽에서 3~4분간 30~40발의 총성이 들렸다"고 말했다.
무가베 대통령과 부인 그레이스 <사진=AP/뉴시스> |
짐바브웨의 정국 혼란은 지난 6일 무가베 대통령이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던 에머슨 음난가그와 부통령을 전격 경질한 데서 비롯됐다.
음난가그와는 무가베와 함께 짐바브웨 독립을 위해 게릴라전을 펼친 전우로, 독립 정부에선 정보당국 수장과 국방장관 등 요직을 지냈다. 독립투쟁 참전군인들의 절대적 지지도 받고 있다.
그러나 무가베가 그레이스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려 하면서 음난가그와는 "의무를 다하지 않고 불충(不忠)했다"는 이유로 갑작스레 해임됐다. 이에 군부는 무가베에서 완전히 등을 돌렸다.
군 수장인 콘스탄티노 치웬가 장군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해방전쟁 참전용사 출신 당원을 겨냥한 숙청을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AP통신은 "군부와의 균열은 1980년 무가베 집권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1980년 초대 총리에 오른 무가베는 1987년 대통령이 된 후 37년 7개월간 짐바브웨를 통치해왔다. 그는 초인플레이션과 가뭄 등으로 나라가 경제 위기에 처해 있는데도 가족들과 사치 행각을 즐겨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반면 제이콥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짐바브웨 군부에 "헌법을 존중하지 않은 정권교체로 혼란이 확산되지 않길 빈다"고 밝혔다. 그는 무가베 대통령과 직접 통화했다며 무가베가 "자택에 갇혀 있지만 신변에 이상은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