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탁윤 기자] 롯데케미칼이 LG화학과 함께 국내 화학업계 '빅2'로 도약한 결정적 배경으론 에틸렌 시황 호황이 꼽힌다. 원유에서 뽑아내는데 최근 1~2년 저유가가 지속되며 스프레드(제품 가격에서 원료 값을 뺀 수치)가 좋았다. 에틸렌은 플라스틱과 비닐 같은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로 쓰여 '석유화학의 쌀'로 불린다.
글로벌 경기회복세와 맞물려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향후 1~2년간 호황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현재 국내외에서 공격적으로 에틸렌 생산 설비를 증설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업체들도 경쟁적으로 에틸렌 설비를 늘리고 있어 공급 과잉 및 수익성 악화 우려가 나온다.
18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현재 3000억원을 투자해 여수 공장의 에틸렌 설비를 20만톤(100만톤 → 120만톤) 늘리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여수공장 증설이 마무리되는 내년 말 롯데케미칼의 국내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은 대산공장을 포함, 230만톤으로 확대된다.
거기에 지난해 5월 준공된 우즈벡 공장, 현재 증설 중인 말레이시아 타이탄 공장, 내년 하반기 완공 예정인 미국 에탄크래커 공장까지 포함하면 총 450만톤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국내 1위, 글로벌 7위의 대규모 에틸렌 생산능력이다.
특히 미국 공장(100만 톤)은 기존처럼 원유에서 뽑아내는 방식이 아닌 셰일가스에서 에틸렌을 생산하는 공장이어서 원료 다변화도 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여수 공장 <사진=롯데케미칼> |
롯데케미칼의 이같은 공격적 에틸렌 설비 증설은 국내 경쟁사들을 압도하고 있어 주목된다. 업계에선 석유화학제품군이 다변화돼 있는 LG화학보다 에틸렌에 편중돼 있는 롯데케미칼이 향후 시황 악화에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를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한편 석유화학사업내에서도 PVC, ABS, 합성고무, 특수수지 등으로 제품군이 다양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은 국내 업체들이 중국에 수출이 가능하니 버티고 있지만 중국도 대규모 증설 및 자급률을 높이고 있어 언젠가는 공급과잉이 올 것"이라며 "80만톤 설비 기준 조 단위 자금이 필요한 일이니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롯데케미칼은 최근 수년 동안 에틸렌 시황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컸다. 지난 2011년 1조원이 넘는 이익을 내다 2012년부터는 연간 영업이익이 반토막 수준인 3000~4000억원대로 떨어졌다. 2014년 3500억원대이던 영업이익이 2015년엔 다시 1조6000억원대로 4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는 사상 최대인 2조5443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올랐을때를 대비해 미국의 ECC(셰일가스 방식) 등 원료 다변화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며 "원료다변화를 통한 원가 절감 및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향후 업황 침체 리스크를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