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유수진 기자] LG화학과 삼성SDI 등 전기차 배터리업체들이 중국 대신 유럽과 미국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에서 한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배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두 회사 모두 올해 상반기 유럽 배터리 공장을 본격 가동하며 시장 영향력 확대에 나선다.
전기차용 배터리셀 <사진=LG화학> |
5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친환경차 보조금 지급 목록'에 한국산 배터리가 적용된 차량이 한 대도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 2016년 12월 시작된 한국산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 배제가 일 년째 계속되고 있는 것. 사드 배치 이후 한중 정상회담 등을 통해 양국간 해빙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는 와중에도 배터리업계에는 찬바람만 쌩쌩 불고 있다.
이에 LG화학과 삼성SDI는 올해 중국 대신 유럽‧미국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기로 방향을 틀었다.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도 8000억원 넘게 투자해 헝가리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우선 LG화학은 올 1분기 폴란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 양산에 돌입한다. 유럽시장 공략을 위한 전진기지인 이 공장은 폴란드 남서부에 위치해 있으며, 연간 전기차 10만대 이상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갖췄다. 현재는 샘플 물량을 고객사에 제공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LG화학은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시에 있는 배터리 공장 증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4개 라인을 가동하고 있지만 시장 수요증가에 따라 증설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2년 준공된 홀랜드 공장에서는 연간 전기차 3만대 이상에 공급할 수 있는 배터리가 생산돼 미국시장을 책임지고 있다. 다만 LG화학 관계자는 "증설과 관련해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삼성SDI 역시 올 상반기에 헝가리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정식 가동한다. 헝가리 괴드시에 위치한 이 공장은 약 33만㎡(10만평) 규모로, 연간 5만대 분량의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 라인을 갖추고 있다. 삼성SDI는 이르면 오는 2분기부터 본격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현재 미국에 배터리 공장이 없지만 장기적으로 건설 여부를 검토하기로 방향을 정했다. 현재 중국 시안에서 생산한 물량을 유럽과 미주로 수출하고 있지만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현지공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삼성SDI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계획이 나온 건 없지만 장기적으로 큰 방향은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SDI가 ‘2017 프랑크푸르트 모터쇼(IAA Cars 2017)’에서 전기자동차 대중화를 선도할 수 있는 다기능 팩과 로우 하이트 팩 등 다양한 배터리 제품을 전시했다. <사진=삼성SDI> |
다만 국내 배터리업계는 현재 중국시장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결코 포기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인데다, 향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글로벌 배터리업계 선두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기 때문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지금은 유럽이나 미국에 좀 더 집중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국시장을 놓는다는 건 전혀 아니다"라면서 "분위기가 나아질 때를 대비해 준비를 잘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 SDI 관계자 역시 "한중간 분위기가 풀려 중국 내 판매가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는 "중국정부의 규제로 한국산 배터리의 중국 판매가 불가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는 LG화학, 삼성SDI의 지배력이 향후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유수진 기자 (uss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