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의 인수가격으로 정한 약 2조원이 하한선이 아닌 기준선이 될 전망이다. 산업은행이 막판 대우건설의 매각가를 높여보겠다는 의지도 깔려 있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산업은행은 오는 12일 내부 회의에서 대우건설의 매각 기준가를 결정지을 예정이다. 대우건설 매각주간사가 함께 참여하며 약 2조원에 결정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업계 일각에선 산업은행이 하한선을 못 박겠다는 시각이 있으나 적정 가격을 정하는 과정이란 게 내부 분위기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 대우건설 사옥<사진=이동훈기자> |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매각 본입찰에 앞서 적정 가격을 보다 세부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M&A(인수합병) 과정에서 일상적인 절차”라며 “현 대우건설 주가 등을 포함한 시장 가치가 있는데 이와 격차가 큰 하한선을 결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의 적정 가격으로 정한 2조원이 본입찰에 참여할 기업과 협상하는 기준가가 될 것이란 얘기다.
애초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주가가 매각공고와 함께 제자리를 찾아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건설업황 부진과 해외수주 감소, 원가율 상승과 같은 악재로 좀처럼 주가가 탄력을 받지 못했다. 지난 9일 종가는 주당 6040원이다. 내부적으로 판단했던 주당 8000~9000원대와는 격차가 크다. 이런 이유로 산업은행에서도 대우건설 매각가 2조원대를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진 것이다.
또 다른 산업은행 관계자는 “작년 잠재적인 손실을 회계에 상당 부분 반영했고 영업 실적도 양호해 매각공고 전 2조원대 매각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하지만 인수 경쟁이 치열하지 않고 숏리스트에 포함된 기업들이 보수적인 인수금액을 제시하고 있어 희망가보다 몸값을 받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대우건설 매각은 산업은행이 2조원 이하의 매각가를 수용할지가 중요한 관건이 될 전망이다. 산업은행이 매각을 추진 중인 대우건설 주식은 2억1093만1209주(지분율 50.75%)로 9일 일 종가(6040원) 기준 1조2740억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최대 30% 얹어도 1조6500억원이다. 잠재적 가치를 고려해도 현 가격에선 2조원과 격차가 존재한다.
오는 19일 매각가격이 결정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호반건설과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C),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 3곳을 예비 인수후보로 선정했다. 최근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경영진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했다. 인수 희망가격뿐 아니라 인수자금 조달 및 경영 계획과 같은 향후 운영 방안도 논의됐다. 산은은 오는 19일 본입찰에 나선다. 본입찰에 복수 기업이 뛰어들면 적정성 평가를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IB 관계자는 “예비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이 대우건설 인수대금으로 1조4000억~1조6000억원 정도를 책정하고 있어 본계약에서 1조8000억원 이상을 제시하긴 힘들어 보인다”며 “본입찰 참여 여부를 지켜봐야겠지만 결국 산업은행이 2조원을 밑도는 몸값을 수용할지가 이번 매각 성사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