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소위 ‘그린 백’으로 불리는 달러화가 지난해에 이어 약세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아시아 중앙은행이 복병으로 등장했다.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고시 환율 산정 방식을 변경한 한편 한국 정부가 원화 강세를 경고하는 등 아시아 주요국이 팔을 걷어붙이자 월가의 달러화 약세 전망이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달러화 <사진=블룸버그> |
인민은행이 지난 9일 위안화 고시환율 산정에서 자국 통화를 지지하는 수단으로 통하는 항목을 제외하기로 한 것은 시장에 작지 않은 ‘서프라이즈’였다.
실제로 위안화는 달러화에 대해 3개월래 최대 폭으로 하락, 중앙은행의 정책 행보가 외환시장을 흔들어 놓았다.
이와 함께 한국 정부의 일방적인 원화 강세 경고와 대만 중앙은행의 환시 개입 움직임 역시 달러화 약세 전망에 예기치 않은 변수라고 10일(현지시각)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지난해 약달러는 뉴욕증시부터 이머징마켓의 통화 및 정크본드까지 위험자산 전반에 상승 탄력을 제공한 주요인이다.
때문에 달러화 향방의 반전은 투자자들을 긴장하게 하는 한편 자산시장의 전망을 바꿔 놓을 수 있는 변수에 해당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도 3차례 금리인상을 예고한 데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의 중앙은행이 환시 개입에 나설 경우 월가의 달러 약세 전망이 빗나갈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인텔렉터스 파트너스의 벤 에몬스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중국 인민은행의 위안화 고시 환율 산정식 변경이 달러화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며 “이와 함께 미국의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 기대 고조 등 상당수의 변수들이 맞물려 달러화 하락에 제동을 걸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키트 저크스 전략가는 투자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정책 변경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과거에 비해 더욱 커다란 영향력을 미친다”며 “이들의 정책 움직임은 미국이나 유럽보다 앞서 나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머징마켓의 자금 유입은 연초에도 이어졌다. 지난 9일 기준 한 주 사이 글로벌 투자자들은 하국과 대만 주식을 총 30억달러 가량 사들였고, 태국 채권도 18억달러 매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골드만 삭스가 연초 보고서에서 한국 원화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인도 루피화 등 신흥국 통화 매입을 추천하는 등 투자은행(IB) 업계는 글로벌 경제 성장에 대한 낙관을 근거로 이머징마켓 자산에 매수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연초 관련 국가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중국과 한국 이외에 필리핀과 대만이 지난주 환시 변동성을 통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태국 역시 지난해 바트화가 10% 랠리한 가운데 ‘행동’에 나설 움직임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