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미리 기자] 한미약품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이자 오너 2세들의 영향력 아래 있던 비상장사 2곳이 합병했다. 1년여 전부터 지주회사 지분 확대, 오너 2세들의 잇단 승진, 이번 합병까지 이루어지면서 한미약품 내 후계 승계가 가속화하고 있다.
1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의 의료기기·건강기능식품 판매사 한미메디케어는 지난해 말 응용소프트웨어 유통사 한미IT를 흡수 합병했다. 이에 따라 한미메디케어의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종전 5.95%에서 6.43%로 한미IT 지분율만큼 올라갔다.
임성기 한미약품 그룹 회장 / <사진=뉴스핌DB> |
한미약품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헬스케어와 IT를 결합하자는 취지에서 합병이 이뤄진 것"이라며 "합병 비율, 합병 후 지분율 변화 등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미메디케어와 한미IT는 임성기(78) 한미약품 회장 자녀들이 지분을 직간접적으로 보유하는 곳으로 널리 알려져있다. '오너 2세→비상장사→지주회사' 지배구조의 중심이었던 것이다. 임 회장은 슬하에 장남 임종윤(46) 사장, 차남 임종훈(41) 부사장과 장녀 임주현(44) 부사장을 뒀다.
합병 전 지분 구조를 보면 한미메디케어가 한미IT 82.6%, 임종윤 사장 5.4% 등이고 한미IT가 임종훈 부사장 36%, 임종윤 사장 34%, 임주현 부사장 21% 등의 순이었다. 이번 합병으로 오너 2세들은 그룹 지배구조가 더 간소하게 됐다.
한미약품그룹은 오래 전부터 한미메디케어로 후계 승계 재료를 모았다. 탄탄한 내부 일감에 힘입어 회사 기업가치를 키웠다. 지난해 한미메디케어 모회사인 한미IT의 연결 기준 매출은 843억원으로 3년 전보다 42%나 증가했다. 이 기간 내부 거래율만 40~50%대를 오르내렸다.
최근 1년 새에는 임 회장이 보유하던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한미메디케어에 잇달아 매각했다. 임 회장은 2016년 한미사이언스 17만주를, 2017년에도 16만주를 각각 한미메디케어에 넘겼다. 매입 자금으로 각각 약 180억원, 110억원이 소요됐다. 한미메디케어는 이를 주식담보대출로 조달했다.
별도로 임 회장의 자녀들도 승진을 거듭했다. 2016년 초 임종윤 사장이 임 회장의 임기 만료로 한미사이언스 단독 대표이사에 올랐고, 올 초에는 임종훈 부사장과 임주현 부사장이 각각 4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특히 임종훈 부사장은 한미IT, 한미메디케어 대표도 겸직 중이다.
이번 합병이 이어지면서 향후에도 한미메디케어를 활용한 후계 승계가 점쳐진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그룹 내 핵심회사와 거래를 통해 기업가치를 키우고 상장 지주회사의 지분을 늘려가는 수순이 예상된다"며 "국내 대기업들이 흔히 활용해오던 방법"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 세 자녀 중 유력 후계자를 못박기는 어렵다. 임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이 압도적으로 많은 가운데, 세 자녀 간 지분격차는 크지 않아서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지분구도는 임 회장 34.23%, 한미메디케어 6.43%, 임종윤 사장 3.6%, 임주현 부사장 3.6%, 임종훈 부사장 3.1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임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 향배에 따라 후계자가 충분히 갈릴 수 있다.
한미메디케어 모회사 한미IT의 연결 기준 내부거래율 |
[뉴스핌 Newspim] 박미리 기자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