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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사퇴 불사 반대 vs. 수사권 내놔”...검경 70년 대립의 역사

기사등록 : 2018-01-15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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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5차 개헌 “검사에 의한 영장 청구”...갈등의 시작
2011년 형소법 개정안 ‘경찰 독자적 수사개시권’ 명문화하자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 “책임지고 사퇴”...일선 검사 크게 반발
국정농단·우병우·진경준 등 잇딴 사건에 ‘검찰개혁’ 요구 빗발

[뉴스핌=김규희 기자] 검찰의 수사권을 대폭 경찰에 이관하는 내용을 청와대가 발표하면서, 70년간 대립한 검경의 ‘수사권 힘겨루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조국 민정수석이 지난 1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정원, 검찰, 경찰 개편 방향 등 '권력기관 구조개혁 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15일 검경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검경 수사권 조정은 건국 이후부터 논란이 되어 왔다. 1945년 12월 미군정은 경찰은 수사권을, 검찰은 기소권을 갖도록 추진했다. 1948년엔 ‘경찰은 범죄수사에 있어 검사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고 검찰청법에 명시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1962년 5차 개헌 당시 ‘검사에 의한 영장 신청 조항’을 형사소송법과 헌법에 명시하면서 본격화됐다. 검사에게 체포, 구속, 압수, 수색, 검증, 영장청구권을 줬다.

이후 경찰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독점을 분리하는 것이 숙원이 됐다. 1985년 수사권 분리의 첫 목소리가 나왔다. 치안본부 기획과 연구발전계획에서 경찰에 1차적 수사권과 수사 주재권을 부여하자고 주장했으나 무산됐다.

1999년 자치경찰제 도입이 논의되자 경찰은 공개적으로 수사권 조정 추진에 나섰다. 국가기관인 검찰이 자치단체 소속인 지방경찰을 지휘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즉각 반발했다. 김대중 정부가 중재에 나섰고, 논의는 그대로 가라앉았다.

노무현 정부에서 논의는 더욱 커졌다. 참여정부는 여느 때보다 검찰 개혁 의지가 강했다. 허준영 당시 경찰총장은 수사권 분리 위해 검찰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김종빈 당시 검찰총장도 이에 맞서며 갈등이 증폭됐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정부 무질서’로 비쳐질 것을 우려, 두 기관에게 논의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을 둔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2011년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가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경찰의 독자적 수사 개시권을 명시하자 검찰은 크게 반발했다.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은 책임지고 사퇴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검찰의 뜻과 다르게 수정된 것을 책임지는 뜻이었다. 대검찰청 검사장급 지도부도 집단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 청탁·알선 명목으로 3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은 홍만표 변호사도 여기에 포함됐다.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 ‘검·경 간 협의를 통한 합리적 수사권 분점’ 공약을 제시했으나 정작 취임 이후 논의는 잠잠했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권 조정 의지는 여전했다.

경찰청은 2016년 수사권 조정을 위한 전담기구인 ‘수사구조개혁단’을 출범했고, 이듬해 수사구조 개혁을 위해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황운하 당시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은 “수사권 독립은 검·겸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국민편익 증진을 위한 개혁”이라고 했다.

청와대가 지난 14일 검찰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기로 하는 국가정보원·검찰·경찰 개편안을 발표하자 검경은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다음날인 15일 오전 문무일(왼쪽)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 굳은 표정으로 출근하는 모습과 이날 낮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웃음지으며 구내식당으로 점심식사를 위해 걸어가는 이철성 경찰청장의 모습. [뉴시스]

문재인 정부는 전 정부와 달랐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검경 수사권 조정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고 그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다. 당시 국정농단 사태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건, 홍만표 변호사와 진경준 전 검사장 등 검찰이 연루된 사건들이 잇따르자 검찰개혁 요구가 빗발쳤다.

지난해 7월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수사와 기소는 성질상 분리할 수 없다”며 수사권 조정에 반대 의견을 표출했으나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적극 추진할 의지를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해 10월20일 경찰의 날 기념행사에서 “내년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전일 검찰의 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경찰·검찰·국정원)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이날 개혁 취지에 대해 “검찰은 기소를 독점하고 있고 직접수사권한과 경찰 수사 지휘권, 형 집행권 등 방대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며 “집중된 거대권한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은 결과, 검찰은 정치권력의 이해 내지 자신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검찰권을 악용해왔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김규희 기자 (Q2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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